여성총리 흔들기
여성총리 흔들기
  • 김범훈
  • 승인 200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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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로 기대를 한껏 받으며 등장한 장상 국무총리서리가 하루가 다르게 불거져 나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장남의 한국 국적 포기 문제, 본인의 대학원 학력 허위 기재 논란, 게다가 미국 국적을 취득한 아들의 의료보험 혜택 논란 등까지 장 서리를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장 서리는 출근 첫 날부터 ‘내각의 수장’으로서의 일보다는 신변 문제를 둘러싼 의혹 등을 진화하느라 힘겨운 하루를 보냈을까.
▲사실 장 서리는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또 다른 구설을 불러일으켰다.
스스로 세간의 비판을 초래한 셈이다.
일례로 장 서리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아들 국적과 관련, “내가 그 시절 총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한국 국적 포기를)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실언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그 파장이 간단치가 않아 보인다.
지도자로서의 국가관과 도덕성에 의심이 갈 만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드센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이 같은 해명이 위치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라며 인격적 자질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혹자는 하룻밤을 자고 나면 또 무슨 의혹이 튀어나올지 걱정된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13일부터는 장 서리에 대한 긍정 평가를 접었다. 이달 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총리로서 자질을 강도 높게 추궁할 것임을 공언하고 나서는 등 기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결국 장 서리의 언행이 국민들한테서 신뢰를 얻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처음부터 의혹 제기에 명쾌하게 해명하고 솔직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앞서 제기된 의혹과 앞으로 제기될 문제가 있다면 국민들 앞에 이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런 뒤 국회 인준과정에 그 판단을 맡기면 될 일이다.
장 서리는 기껏해야 임기 말까지 7개월 시한부 수반인 데다 총체적 난국을 슬기롭게 마무리해야 할 부담만 잔뜩 짊어지고 있다. 여론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장 서리 관련 의혹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와 행정 경험이 없다는 등의 ‘여성 총리 흔들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도자의 덕목으로서 제1은 그의 깨끗한 도덕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