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談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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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월드컵 정치인 악담(惡談)대회’가 있다면 우리는 몇 강(强)에 진출할 수 있을까. 아마 한국 대표선수들의 실력으로 보아 본선에 오르는 것쯤은 ‘따놓은 당상’일 터이고, 16강도 무난할 것이다. 아니 팀워크나 최전방 공격수들의 특출한 개인기로 보아 8강은 물론 4강도 어렵지 않을 성 싶다. 혹이면 결승에 이은 우승까지 거머쥐어 축구 이후 다시 한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는지도 모른다.
비록 국내팀간의 싸움이기는 하나 엊그제의 한나라당 팀과 민주당 팀의 공격은 정말 일품(?)이었다. 당직자 회의에서 한나라팀이 민주팀을 향해 “빨치산 집단 같다”는 뜻밖의 강슛을 날린 것이다. 이에 맞서 민주팀도 의원총회에서 한나라팀을 향해 “조폭(組暴)두목”이라는 대응 슛을 쏘았다. 이를 둘러싼 양팀의 어시스트도 막상막하였다.
우리 ‘정치악담선수(?)’들의 실력이 부쩍 는 것은 1998년 이후다. 당시 김모 국회의원이 날린 슛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임창렬 경기지사 후보는 거짓말을 너무 해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는 것이 그것. 같은 해 이모 의원도 깜짝 놀랄 거포를 쏘았다. “일흔일곱이나 되는 김 대통령이 계속 사정(司正) 사정하다가 내년에 변고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라는 장거리 슛이었다.
1999년에는 다른 이모 의원이 “제정구 의원은 김 대통령 때문에 억장이 터져 DJ암에 걸려 사망”…2000년에는 정모 의원이 “현재는 김 대통령이 주도하는 좌익 광란의 시대”…그리고 2001년에는 김모 의원이 “정부 정책을 보면 의사 대신 정육점 주인이 심장 수술”…이달 중순에는 다른 김모 의원의 “대통령 유고(有故) 가능성” 운운 등이 기억에 남는 각종 슛들이다. 국회의원뿐이 아니다. 최근 신모 장관은 정치모임에 참석했다가 취재기자의 멱살을 잡고 “이 XX야”라며 반칙 온몸 슛을 날린 바도 있다.
이 정도로 포지션에 관계 없이 강슛을 날릴 수 있는 공격진이라면 세계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축구와 다른 점은 성적이 좋을수록 국회와 나라에 해독을 뿌린다는 사실이다. 충효록이나 청백리전(傳)이 있듯이 ‘정치인 악담록’, 혹은 ‘정치인 험담인명록’을 만들어 후세에 길이 전하면 어떨까. 우리 정치계에서 악담.험담을 근본적으로 추방할 수 있는 길은 이 길 뿐일 듯하다. 필요하면 법을 만들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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