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과제-4·3법은 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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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벌법 과거 청산보다는 무마하는데 주력"
진상규명 위해 불충분한 법 개정작업 시급
추념일 제정·유적 발굴·배상 등 포함돼야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된 지 3년9개월여 만에 정부 차원의 첫 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됐다.
이 정부보고서가 4.3을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례로 규정함으로써 정의 구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부보고서는 4.3특별법의 문제와 한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이 문제를 해소해야만 정의 구현을 위한 진상 규명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재승 국민대 교수는 “4.3특별법은 제정 당시 정치적 힘 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4.3특별법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고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교수는 “4.3과 같은 과거청산작업이 정치적으로 유야무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국민적인 청산의지가 선행되고 국민적 수준에서 청산의지가 확산돼야 한다”며 “현재 국가폭력을 저지하는 데까지는 이르렀으나 국가로 하여금 과거의 국가폭력을 국가범죄로 인정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규정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제정된 4.3특별법은 과거 청산(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적절한 배상, 명예 회복,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무마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 배상은 아예 처음부터 배제하고 진상조사 후 위령사업과 약간의 생계 지원으로 마감함으로써 희생자를 신원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추진 중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안’ 또한 4.3특별법과 같은 신원법의 범주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보고서가 4.3을 민중들을 대량으로 계획적으로 살해한 사건으로, 집단학살인 제노사이드로 사실상 규정하고 있음에도 국가범죄로 규정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 교수는 “보고서는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며 진상은 분명한 평가를 담아낼 때 규명되는 것”이라면서 “보고서는 국가범죄가 아니라 다소 무리한 작전에서 나온 안타까운 불상사였다는 관점을 유지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4.3특별법 제정 당시 정치적 역학관계상 처음부터 책임자 처벌에 대한 관심이나 요구가 결여됐기 때문에 보고서에서 최소한의 법적인 책임 규명도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는 진상조사보고서작성기획단이 수사권이나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가 갖는 조사권을 갖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
실제로 4.3특별법은 진상조사 후 이에 기초한 희생자 구별이 이뤄지고 의료비와 생계 지원, 위령사업 등 몇 가지 국가적 조치만 규정함으로써 희생자의 신원에 만족하고 있다.

과거사 청산에서 가장 중요한 정의구현의 원칙이 4.3특별법에는 없다는 것.
아울러 4.3정부위원회에 피해자측과 가해자측을 모두 포함시키는 바람에 학살이라고 보는 사람과 공산폭동이라고 보는 사람이 혼재할 수밖에 없었다.

또 과거 인권침해의 역사에서 책임이 없지 않은 기관들이 참여해 4.3을 판단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점에서 4.3위원회가 앞으로 정부조직으로부터 독립돼야 진상 조사와 희생자 결정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희생자 선정에서도 아무런 근거 제시 없이 사망자, 행불자, 후유장애자로 규정한 것이 문제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집단살해는 인간 일반에 대한 문제이지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지닌 사람에게만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좌익은 좌익이어서 죽고 좌익이 아닌 자는 좌익으로 몰려 죽었던 당시의 상황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또 정부보고서에서 4.3군법회의가 법률적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재판으로 볼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4.3 관련 군사재판 일괄 무효화 조치를 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재홍 영남대 교수는 “이제 4.3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례임을 확인하고 이에 기초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발생 원인 및 제3세력의 개입 여부(북한.미국 등), 제주만의 특수한 것이 아니라 제주공동체의 항쟁으로서 갖는 인류사 보편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를 위해선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된 4.3재단 설립을 통한 영속적인 진상규명작업과 단계별 조사보고서 작성, 향후 진상 규명을 위한 기구 설치를 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이처럼 4.3의 진상을 조사하고 규명하며 정의하기 위해서는 불충분한 법 규정을 고치는 작업이 시급하다.
현재의 4.3특별법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토대가 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정부가 접수한 7개항의 4.3 건의 대부분이 법적.제도적 규정이 없어 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도 4.3특별법 개정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보고서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4.3특별법에 아무런 장치가 없어 정부가 취해야 할 후속조치가 없는 것도 문제다.

7개항의 4.3 건의 중 첫 항인 정부를 대표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의 경우 현재 청와대와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대통령과 정부의 결단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법 개정과는 무관하나 다른 것들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 항인 4.3추념일 제정은 법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추념사업 시행주체에 대한 규정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인 4.3을 역사교과서에 기술해 평화와 인권교육의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 역시 왜곡된 4.3의 역사적 평가를 바로잡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법 규정에 포함돼야 할 사안이다.

넷째인 4.3평화공원 조성.지원도 정부의 시혜적인 지원이 아니라 당연한 요구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공원 관리와 운영을 위해서 법적인 지위를 가져야 할 것으로 제기되고 있다.

다섯째인 4.3유가족 생계비 지원의 경우 국가 차원의 적절한 배상이라는 원칙에 따라 지원돼야 할 사안이다.
또한 집단 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사업 지원.관리를 위해선 4.3특별법이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4.3의 지속적인 진상 규명과 기념사업을 위한 4.3평화인권재단 설립 지원과 기금 출연은 어떤 식으로든 4.3특별법에 포함돼야만 지속적인 진상조사와 체계적인 연구활동이 보장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제주4.3특별법은 제정 당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진상규명과 이를 통한 정의 구현, 4.3정신 계승, 평화의 섬 지정을 위한 방향에서 개정 논의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4.3정부보고서의 의미를 뒷받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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