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으나 국민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며칠 전 여성들의 수영복 팬츠 엉덩이 부분에 태극문양을 크게 표시해 놓은 것을 보고 황당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엉덩이의 태극문양이 눈길을 많이 끄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남성들의 눈길을 끄는 데는 정말 그만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엉덩이에 관한 이미지를 생각하면 결코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엉덩이가 어떤 신체부위인가.
동물들이 서로 싸우다가 패배한 놈은 승자에게 엉덩이를 들어보임으로써 항복을 하는 그런 신호부위가 아닌가.
개싸움만 해도 그렇다.
개들은 싸우다가 패배를 인정하면 엉덩이를 들고 꼬리를 엉덩이 사이로 내려 깔면서 항복의 표시를 한다.
우리 사람도 유사하다.
우리말에도 ‘엉덩이를 뒤로 뺀다’는 말은 패배를 의미하고, ‘볼기짝을 쳐주겠다’는 말은 우월자가 아랫사람에게 가하는 징벌이지 않은가.
또 ‘엉덩이를 보였다’는 말은 ‘도망을 갔다’는 말로 해석되기도 한다.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하여 신체의 머리카락 하나까지 중요시했던 우리 선조들이었지만 엉덩이만큼은 하찮게 보았다.
그래서 형벌을 가할 때는 형틀에 엎어놓고 엉덩이를 때렸다.
형벌을 받는 신체부위가 바로 엉덩이었던 것이다.
이뿐인가.
엉덩이를 ‘화냥끼’의 상징으로 여겼다.
우리말에 ‘꼬리를 친다’는 말은 ‘엉덩이를 흔든다’는 말인데 즉, 엉덩이를 꼬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 앞에서 물러나갈 때 뒷걸음질을 쳐서 나가는 이유는 이런 ‘꼬리’ 같은 천한 하위부위를 윗사람에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옛날 여성들이 시집살이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밥상을 들고 시부모 앞에서 뒷걸음쳐 나올 때라고 했다.
또 최근까지도 남녀가 계단을 오를 때는 절대로 여성을 앞세우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왜냐하면 ‘못볼 것’을 보도록 하는 행위였으니까 말이다.
엉덩이의 태극문양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것은 이런 점 때문만은 아니다.
엉덩이 밑에 깔리는 태극기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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