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남자만 행세(行勢)하고 여자는 집안 살림이나 꾸려가던 시절이라 여자에게 독서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평등사회다. 따라서 ‘남아(男兒)…’는 마땅히 ‘남녀아(男女兒)…’로 바뀌어야 옳다.
‘남녀아수독오거서’. 좀 낯선 감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몇번 읊조리다 보면 곧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요즘의 독서인구는 오히려 여자가 더 느는 경향이다. 물론 지금의 시점에서 다섯 수레의 책을 읽는 게 실제로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원하는 정보를 마음대로 얻을 수 있는 시대라는 점도 책을 멀리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오직 책밖에 없었던 시절 독서는 유일한 지식.정보 전달 수단이었지만, 신문과 TV 등 수많은 시청각 매체와 컴퓨터의 발달로 독서의 비중은 많이 줄었다. 물론 초.중.고교 및 대학의 교과서와 신문.잡지도 지식.정보 수단으로서의 독서에 포함할 경우 대부분 사람의 독서 분량은 다섯 수레에 해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지식 주입 수단은 될지언정 마음의 양식(良識)은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전문지식을 쌓아 원하는 직장, 좋은 일자리에 취직해 의.식.주를 해결하는 수단은 될 수 있지만 마음의 풍요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역시 마음을 살찌게 하는 책들이라면 위인전, 철학서적, 문학작품 등일 것이다.
‘책속에 길이 있다’는 말에는 진로보다 어떤 정신을 갖고 인생을 살 것인가의 의미가 더 함축되어 있다. 오죽하면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책 읽기에 좋은 여름이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하지만 한여름 독서 삼매경에 빠져 보는 것도 훌륭한 피서법일 것이다. 긴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 휴가를 갖는 직장인 등 모두 평소 마음에 두었던 몇 권의 책을 읽는 여름이 됐으면 한다.
일찍이 영국 작가 베네트는 “책은 인생이라는 험한 바다를 항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다른 사람들이 마련해준 나침반이요, 망원경이요, 지도”라고 말했다. 이 얼마나 가슴에 와닿는 말인가. 몇 권이 많으면 한 권의 책이라도 읽는 올 여름이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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