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 따른 농가소득 보전에 대한 확신 심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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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경 전 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장

지난 4년간 감귤 가격 폭락으로 제주경제와 제주농민의 주머니는 최악의 상황 속에 사회적 붕괴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데 아마도 그의 대가인지 회생의 전환기를 가져 올 감귤유통명령제에 대한 농민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이제 출발점에 서게 됐다.

3년 전에 그 필요성을 느껴서 도상연습까지 했던 제주도나 생산자단체는 여러 이유를 들면서 아주 미온적이었던 반면 한농연 제주도연합회와 전농 제주도연맹 등이 앞장섰고 학계의 지원도 있었다.

지역별 농민단체인 남원읍원우회와 비상대책협의회에서 농림부 관계관 초청강연을 마련하고 여론을 확산시킨 결과 각 언론사의 집중적인 조명이 이어지면서 생산자단체가 적극적으로 임하게 됐고 우여곡절 끝에 어쩌면 마지막 선택일지도 모를 감귤유통명령제가 발동되게 돼 일단 큰 틀에서 좋은 출발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시작부터 시일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서둘러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너무나 바쁘게 진행이 됐고 공청회와 설명회에서도 농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과 같이 92% 찬성률로 전무후무한 일이 되었던 것이다. 그만큼 제주농민의 요구는 절박한 것이었다.

그러나 농림부에서 시행령을 마련하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최종 조율도 늦어지면서 당초 지난 10.15일께보다 보름 가까이 늦어지면서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10월 초에 발령되기를 희망했고 또 그렇게 됐어야 했다.

너무 늦게 되다 보니까 벌써 1.9번과는 물론 출하된 감귤 거의 전부가 강제 착색돼 출하됐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해 제주 감귤 이미지에 상당한 손상을 입혔다.

안타깝게도 이런 부분을 역이용해서 농가와 유통인들이 판을 쳐버린 셈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예상된 문제여서 수차례 조기 추진을 요구했던 것인데 일정별 추진 계획에 큰 차질이 있었음을 인정해야 하고 판을 친 당사자들은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생산자단체는 물론 행정과 관련기관 그리고 정치권까지 총력을 기울인 모습은 참으로 좋아보였고 그러한 것들이 감귤유통명령제 조기 정착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요즘 농가들에게서 볼멘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1.9번과 통제는 올해 생산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게 아니냐, 누가 막을 것이며 정말 끝까지 막을 수 있느냐’고까지 한다.

가끔 논쟁을 벌이기도 하는데 농민 스스로 막아야 하고 마음 아프지만 불이행하는 자가 보이면 주저 없이 신고해야 하며, 그런 사고를 바꾸지 못하면 감귤유통명령제가 실패하면서 감귤산업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 위반시 과태료가 재범의 경우 최고 500만원인데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반하다가 걸리면 다소의 과태료를 내면 된다는 사람도 있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정말 고발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들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귤유통명령이행추진단이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이 나온다. 분명한 의지를 천명하고 용두사미가 돼서는 안 된다.
우리 농민들도 올해 감귤 값이 좋다고 해서 지난 4년의 고통을 너무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기회는 감귤산업이 회생하느냐 다시 끝없이 추락하느냐를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기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9번과를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분명한 것은 모든 농민이 다같이 버리면 우리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당연히 많을 것이라는 데 부정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이렇게 고통분담을 했을 때 농가에 소득보전에 대한 확신을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토론회 등을 통해 공식요구를 했지만 아쉽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농안법 시행규칙 9조에 보면 과잉출하로 인해 가격 지지가 안 되면 정부는 농안기금을 이용해서 도매시장과 공판장에서 수매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요구안에조차도 들어있지 않았다. 물론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어서 한꺼번에 만족할 수는 없지만 매우 중요한 것이 빠져 있어서 아쉽다.

농림부에 바란다. 감귤산업의 회생을 위해 절대 다수 농민의 합의에 의해 요구된 감귤유통명령제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강연과 문서 회신 등을 통해 약속들을 잘 지켜주길 바란다.

요즘 보면 지금의 감귤문제를 행정이든 생산자단체든 모두 농민 탓으로 주저 없이 말한다. 우리 농민은 이 시점에서 크게 반성하고 발전된 모습을 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너무 농민 탓으로만 돌리는 무책임한 얘기가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감귤유통명령제 조기 정착을 위해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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