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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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제주한라대학 교수·관광영어과·논설위원>

필멸에 대한 인식은 인류 문명과 개인의 삶 저변에서 그 방향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그런데 절멸의 위기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는 우리 현실인데도 받아들이는 방식은 오히려 해이한 것 같다.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와 오염으로 사라지는 생물 종들이 구체적으로 인류의 종식을 예고한다. 해일은 삶의 터전을 삼키고, 빙산 녹는 물에 잠기는 대륙, 사막화로 죽어가는 땅, 온난화 과정이 진행되다가 과해지면, 극도의 저온화가 발생해서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삶은 통째로 냉동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갑작스런 해성의 출현으로 지구가 충돌하여 한순간의 굉음과 섬광 속에 온 세상이 먼지로 변해버린다든지, 핵을 다루는 사람 누군가가 실수로 인류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다든가, 인류를 종식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 등 다양하고도 엄청난 시나리오가 많다.

그러나 대재앙의 시간을 늦추기 위한 여러 가지 처방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거나 실천되는 것 같지 않다. ‘자원을 아껴야 한다지만 소비와 과시에 대한 탐욕은 여전한 것 같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고, 화석 연료 사용을 억제해야 된다고 해도 몸 움직이는 것 보다 운전을 더 많이 한다. 태양, 바다, 바람 등의 에너지를 동력으로 대체해서 활용해야 한다지만, 밤이 새도록 요란한 간판들은 빛을 발하고, 빈 사무실에 전등 끄는 것조차 소홀하며, 에어컨 사용이 줄기는커녕 조금만 더워도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은 곧 죽는 줄 안다.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자고 하지만, 음식마저 사방에 버린다, 식물들을 많이 길러 대기를 정화하자면서 그린벨트를 허물 생각만 한다. 사흘만 고기를 안 먹으면 살맛을 잃어버린다는 사람들이 가축 수를 어찌 줄이겠는가. 먹는 것, 입는 것, 타는 것, 버리는 것 일일이 마음 쓰기가 귀찮고 싫으니 세상이 알아서 굴러가야 한다.

결국 지구촌은 망한다 하니 나 하나 노력해서 될 일인가,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힘들고, 앞날 역시 별 볼일 없는 인생인데 무슨 신경을 어디다 쓰란 말인가. 그저 아무 재미라도 찾아서 마비된 듯 모든 의무와 고통을 잠시라도 회피하고 잊어버리고 대충 살다가 잠들면 그만이지. 또는 세상에 값진 일은 오직 돈을 키우는 일 뿐이라 오직 돈줄이 뻗어 나갈 틈을 찾느라 분주하고. 대대로 물려줄 재산만 있으면 세상이 망가지던 부서지던 내 자손은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다든가. 설마 하늘이 무너지겠나, 무슨 수가 나도 나겠지 하거나, 똑똑한 전문가들이 알아서 어떻게든 대처하겠지, 등등 제법 그럴싸하게 자신을 정당화 하면서 내 삶이 내 책임이 아닌 듯이 살고 있지 않은가.

재미만 있으면, 돈만 되면 무조건 허용하고 따라간 결과가 우리의 종말을 초래하고 있지만, 그래도 삶의 방식을 교정하지 않아 그 시기를 더욱 재촉하는 셈이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나 나 이외의 모든 다른 대상에 대한 배려 대신 악착같이 착취하면서 물질을 추구하는 병, 심각한 병에 우리 모두가 걸린 탓이다.

‘산과 바위는 우리의 뼈와 같고, 강물은 우리의 피이며, 우리 살은 만나는 모든 존재들이 스며든 것’이라 믿던 사람들은 오래 전 지상에서 추방되었다. ‘바람에 들어있는 노래가 우리 숨결 속에도 있고, 모든 존재가 그 안에 노래를 간직한 신성한 악기이다. 내면의 노래를 부르면 세상이 바뀌며,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고 파괴되지 않는다, 노래를 불러 가슴 속 제단에 있는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라, 노래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내려오고, 영적인 여행은 노래의 집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라고 했던 그들의 지혜는 무시되었다.

봄은 한겨울에 시작되고, 죽음은 또 다른 탄생이라 한다. 모든 걱정거리를 가슴으로 껴안아 우리가 어르다 보면, 어느 날 그 것들은 우리와 함께 노래가 되어 산으로 날아갈 것이다. 또 그러는 사이에 우리들 가슴에 촛불이 다시 켜진다면 그 빛으로 지구는 살아남을 것 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자손들은 돌아오는 계절들과 함께 꽃가루 날리고 메뚜기 뛰어 오르는 길을 오래오래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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