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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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시대에 조금시라고 하는 학자가 ‘후청록’이란 한 권의 책을 냈다.
이 책은 선배 문인들의 사적을 기술한 것으로 그 속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동파라고 하는 노인이 창화라는 곳에 살고 있었는데 한 번은 그가 큰 박을 등에 지고 들을 지나면서 혼자 시구를 흥얼거렸다.
그가 어느 만큼 이르렀을 때 나이 이미 칠십이 넘은 한 할멈을 만나게 되었다.
유유자적하게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걸어오는 동파를 본 그 할멈은 동파 노인에게 탄식조로 얘기를 했다.
“내한(송나라 한림학사를 말하며 문필을 맡아 참의 간쟁을 하는 직)의 지나간 부귀영화는 한낱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소!”
일장춘몽이란 성어는 이같이 후청록에 기술한 내용에서 따온 말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변화 무쌍하며 마치 우리가 봄철에 아름다운 꿈을 꾼 것 같이 삽시간에 물거품으로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다.
꿈은 정말 이루어졌고 마침내 한국 축구는 4700만 온 국민들과 대한민국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정말 가슴벅찬 경험을 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저력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통쾌함도 덤으로 맛보았다.
그런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이제 내려가는 일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기우일지 모르나 당분간 우리는 어쩌면 깊은 공허감에 빠져들지 모른다.
단꿈에서 깨어나 다시 만난 현실이 일장춘몽의 허전함을 안겨줄지 모른다.
하산길이 그래서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월드컵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구심점이 돼 있었다.
월드컵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냉정하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평상심을 회복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했으며, 수만명의 운집에도 불구하고 큰 사건 하나 없이 거리응원을 멋지게 해내지 않았던가.
이제 평상의 현실로 돌아와 각자의 본연에 충실하며 우리 곁에 있는 지극히 순수하고 평범한 ‘새 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꿈은 이뤄졌고 또 끝났다. 분명 지난 6월의 꿈은 환희와 영광 그리고 감격의 꿈이었다.
이제 7월이다. 6월의 감격과 흥분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평상의 현실인 7월인 것이다.
저마다 냉철한 마음으로 새로 이어질 ‘7월의 꿈’에 매진할 때 우리 사회는 또다른 가슴뭉클한 꿈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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