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正安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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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정안국(立正安國)’은 옳음, 즉 정의(正義)를 세워 나라의 화평을 도모한다는 뜻이다. 그럴 것이다. 위로는 통치자로부터 중간의 세도가, 그리고 아래로는 백성에 이르기까지 두루 정의(옳음)롭다면 서로 싸우고 헐뜯고 어지러운 나라가 될리 없을 터다.
개인이나 집안, 이웃도 마찬가지일 줄 안다. 각자가 의(義)를 지킬 때 주위가 모두 평안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정안명(立正安命), 입정안가(立正安家), 입정안린(立正安隣)이 이룩되고 더 나아가 입정안국이 실현될 것이다. 아마도 입정안국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다른 표현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사실 ‘입정안국’은 13세기 일본 니치렌선사(日蓮禪師)가 처음 주창한 사상이다. 그후 이 사상은 정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15세기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일본 천하통일의 대업을 추진할 때도 입정안국에 심취해 있던 이른바 천하다인(天下茶人) 센리큐(千利休)가 곁에 있었다. 그러나 입정(立正)을 내세운 센리큐의 쓴 소리에 화가났던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에게 할복을 지시, 결국 그는 자결을 했다.
에도 바쿠후(江戶 幕府)를 열어 일본의 평화시대를 이끌어 낸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측근에도 역시 입정안국을 신봉하는 혼아미 코에츠(本阿彌光悅) 같은 인물이 있었다. 그 또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입정안국을 강조했었는데 이 조언이 일본의 평화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을 법하다.
요즘 한국의 형편을 보면서 정말 입정안국이 그리워진다. 정계는 말할 것도 없고, 비록 일부지만 권력층 등 각 분야가 두루두루 옳음을 세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극히 부분적인 예지만 엊그제 한나라-민주 양당 지도자 간의 사생결단식 정치공방도 그렇다. 이른바 ‘병풍(兵風)’을 둘러싸고 한쪽은 “부정이나 비리가 밝혀지면 정계를 떠나겠다”고 공언했고, 다른 쪽은 “비리를 은폐하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다른 쪽도 상대가 “비리 없음”이 드러나면 정계를 떠나야 공평하다. 거짓말을 했으니까.
거짓말은 입정(立正)이 아니다. 그것은 불의(不義)다. 불의가 판치는 나라에서 화평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입정’을 못한 채 집권을 하면 무얼 하고, 야당이 되면 또 무엇을 할 것인가. 국민만 괴로울 뿐이다. 입정을 멀리하고 불의를 저지르는 정치인, 권력층이 있다면 모두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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