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명(考終命)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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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통해 오래 산다는 것은 가장 큰 복(福)으로 여겼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회갑이 되면 수연(壽筵)이라 하여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를 베푼다.
오래 살라는 축하의 말을 ‘수사’(壽詞)라고 하고, 오랜 삶을 축하하는 술을 ‘수주’(壽酒)라고 하는데 장수를 축하하는 시(詩)도 있었다.
“만수산 만수봉에 만수정(井)이 있어서, 그 물로 빚은 술을 만수주라고 하는데, 진실로 이 술잔을 곧 받으시면 만수무강하리라”하는 따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수를 위해서는 여느 다른 것들은 희생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가령 우리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거나, ‘거꾸로 매달아도 사는 세상이 낫다’는 등등.
무슨 일이 있건 어떤 꼴을 당하건 개똥이나 말똥에 굴러 넘어지는 형편이라도 그저 오래 살아야 한다는 현세긍정주의인 것이다.
또 강한 생명긍정주의도 함께 한다.
‘산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낮다’느니 ‘죽은 석숭(石崇)이 산 개만 못하다’는 속담은 생명지상주의를 잘 나타내고는 말들이다.
쉽게 말해서 죽음은 가해자이고 삶은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죽음은 어떤 재난처럼 덮쳐 오는 것으로 생각해서 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의 ‘시간’조차 삶의 수를 깎아먹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세월을 ‘무정하다’고 한다.
항상 죽음에 쫓기고 있는 목숨이 죽음으로부터 되도록 멀리 떨어져서 이승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 철저하게 배어 있다.
예를 들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허송세월’할 수 없다는 생각이 사람들을 몰아세우면서 ‘빨리 빨리’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이 뒤쫓아오고 있다는 강박감이 이렇게 사람들의 사생활과 시간관에 바탕이 아닌가 되고 있는 것이다.
▲7월 1일자 신문보도를 보면 중국 현대문학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97세의 바진(巴金.본명 李堯棠)이 가족들에게 이렇게 안락사를 간청하고 있다고 한다.
“오래 사는 것도 형벌이 된다.”
바진은 현재 각종 질환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식사와 약은 코를 뚫은 관으로 투여하면서 겨우 연명하고 있다.
그런 고통 속에 그는 “생을 그만 마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이 사람이 잘 해내야 할 일 중의 하나로 ‘고종명’(考終命)이라 했는가.
명이 긴 것도 좋지만 그 마지막을 잘 성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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