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가고/물이 가고/ 불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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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가고 물이 가더니, 드디어 한라산 불이 백두산 불과 합쳐진다.
남.북한은 한라산과 백두산에서 동시에 채화한 불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합쳐서 부산아시안게임을 밝혀줄 성화(聖火)를 만든다고 한다.
1989년 8월 8일.
마침 그날은 견우.직녀가 만났다는 칠석날이었다.
불교를 믿는 교수들 모임인 한국교수불자연합회에서 한라산 백록담의 흙을 파 갖고 백두산에 올라 그 천지(天池)의 흙과 합치는 합토제(合土祭)를 지내고 평화통일을 기원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10여 개월 후 백두산 밑 마을인 이도백하를 방문했더니 그쪽 사람들의 반응이 싸늘했다.
“왜 남의 나라 땅에 와서 합토니 뭐니 하느냐”는 것이었다.
▲1990년대엔 한라산 백록담의 물을 퍼 담고 중국에 가서 백두산에 올라 이른바 ‘물을 합치는’ 합수제(合水祭)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심지어 무속인들까지 백록담물을 담고 가서는 통일기원 푸닥거리를 하고, 그때마다 그쪽 사람들의 술자리에서 술안주꺼리가 되었다고 한다.
기자는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합치거나 물을 합치는 그 행위를 폄훼하거나 왜곡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우리 선조들은 특정지역의 흙이나 물에 대해 특정의 주력을 인정해 왔다.
특히 흙의 경우 그 주력을 인정한 것은 우리 한국 사람뿐만은 아니다.
인도 카시아에는 석가여래 부처의 불신을 화장했던 다비(茶毘) 성지가 있는데, 수천 년 동안 성지순례자들이 이곳 흙을 한줌씩 퍼 가는 바람에 작은 야산만 하던 성지가 황폐화됐다고 한다.
당나라 때 기록인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에도 이 다비토(茶毘土) 도난을 기술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역사도 매우 유구하다.
물도 마찬가지로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많다.
▲그러니 불이라고 흙이나 물처럼 주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생각을 키워보면 우주 간에 운행하는 토.수.화.금.목(土.水.火.金.木), 다시 말해 오행(五行)의 원기(元氣)에는 모두가 주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행은 또 상생(相生)으로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 목생화(木生火), 화생목(火生木), 토생금(土生金)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불(火)이 가면 다음에는 한라산 노가리나무(木)가 백두산에 갈 차례라는 것이 화생목(火生木)의 뜻인가.
이렇게 좋은 뜻으로 풀이를 해본다마는, 그러나 한쪽 가슴 속은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의 통일기원이 이런 이벤트로만 흘러서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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