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과 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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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으로 더 잘 알려진 미국의 시애틀은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회사인 보잉사의 소재지일 뿐 아니라 아름다운 녹지와 항구를 낀 자연 관광도시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애연가들에게 이 곳은 곤혹스런 도시다. 아마도 이 도시를 방문한 끽연가치고 담배를 피울 자유를 박탈당해 불편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금연구역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 도시는 호텔의 로비는 물론 심지어 객실 흡연까지 금지하고 있다. 하긴 예외가 적용되어 로비.커피숍 등의 구석진 자리에 재떨이를 놓아 주로 관광객의 흡연 편의를 도모하고 있긴 하나 이마저 주변의 눈치를 살펴야 하므로 애연가들에겐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호텔 방에 들어선 뒤 무심코 담배를 피우다 호텔측으로부터 따끔한 질책을 받는 일은 보통이다. 객실에 재떨이가 비치되어 있지 않은데 왜 담배를 피우느냐는 것이다.
객실마다 담배연기 감지시설이 갖춰져 때론 소방차까지 출동하기도 한다. 다소 과장된 면도 있지만 어떻든 금연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국가와 지역이 흔치 않았던 10여 년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금연조치에 혼겁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이방인들이 적잖았었다.
시애틀의 금연 강화는 시민 건강을 염려해서라기보다 화재를 더 우려했기 때문이다. 몇년도라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담뱃불이 원인이 되어 도시 상당 부분이 화재 피해를 당한 뒤 금연이 확대됐다. 결국 시애틀의 앞선 금연정책은 시민 건강을 지키고 화재를 줄이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다른 도시는 흡연 천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담배가 건강을 해치는 최대의 적(敵)으로 낙인찍히면서 미국내 전 지역으로의 금연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뉴욕시는 모든 식당과 술집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초강경 금연정책을 추진중이다. 그러잖아도 담뱃값을 올린 뒤 소비가 절반 가까이 격감했는데, 잇단 금연정책으로 시애틀처럼 대부분 도시가 금연구역이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이상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지난주 절대금연구역인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배를 피웠다가 교사와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장관의 금연원칙마저 이 정도밖에 안되는 여전히 초보적인 우리나라의 금연의식과 금연정책, 언제쯤 미국 수준까지 갈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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