哭,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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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새천년민주당이 머잖아 임종(臨終)을 고할 것 같다. 창당 2년 만의 짧은 생애다. 한국이란 나라의 정당들이 왜 이렇게 단명한지 모르겠다. ‘정당은 10년을 넘지 못한다(黨不過十年)’는 새로운 말이 생겨날 법도 하다.
정치 선진국 정당들이 반세기, 혹은 1세기 이상씩이나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을 보면 참으로 부러운 생각이 든다.
미국의 민주당은 건국 초기인 1792년 창당된 이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지금은 21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역시 공화당도 휘그당을 흡수, 1854년에 창당돼 현재까지 148년간을 이어오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사회민주노동당의 경우도 45년간은 유지되었다. 19세기에 태어난 영국의 보수-노동 양당도 100여 년의 전통 속에서 오늘도 그 나라의 정치를 지도하고 있다. 이뿐이랴. 지구상에는 이러한 장수 정당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가 8.15 광복으로 건국한 지 60년을 내다보고 있다. 50년 역사의 정당은 갖지 못하더라도 40여 년의 정당 하나쯤은 가질 만도 한데 겨우 걸음마를 배우는 정당들뿐이다.
운명(殞命)을 앞둔 민주당은 그렇더라도 제일 야당 한나라당도 일천하기는 매한가지다. 신한국당과 민자당에서 변신한 것이 근년의 일이다.
단명 정당은 우리 정치풍토의 숙명 때문일까. 아니면 정당 아닌 사당(私黨)의 틀을 못 깨고 있는 탓일까.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의 자유당도 그의 망명과 함께 운명을 같이했다. 그 이후 윤보선-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을 거치면서 그들이 지도했던 정당들이 모두 짧은 일생으로 마감했다. 어느 날 태어나 몇 년쯤 지탱하다가 사라져가는 게 한국의 정당들이다. 과연 이것이 정강정책을 중시하는 공당(公黨)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마 사당(私黨)이라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외국의 정당들도 거의 전쟁과 정변을 치렀지만 10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집권자가 물러나거나 당수가 은퇴하면 없어져버리는 우리나라의 정당들이다. 그리고는 수도 없이 다시 태어났다 사라진다. 심지어 이제는 정당 이름을 붙이기도 어렵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시 새 정당들이 태어날 모양이다. 끼리끼리 모이려고 이합집산하는 것을 보면 그저 애처롭기만 하다.
어쨌거나 두 살짜리 정당이 다시 사라진다고 한다. 곡(哭)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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