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리포트-제주는 왜 제왕절개 왕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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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수익 제고 의료분쟁 유리
출산고통 기피 좋은사주 맞춰
의사 권하고 산모 따르고


일부 산모와 의사들이 제왕절개수술을 선호하면서 제주가 제왕절개 최고지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모든 분만이 제왕절대수술로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제왕절개수술을 줄이고 자연분만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 여러 방면에서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하며 건전한 분만문화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 세상을 맞이하는 아이와 생명탄생의 기쁨을 맞는 엄마가 겪는 산통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난해 도내 최고 79% 기록

▲제주의 제왕절개 수술 실태=제주도내 산모들의 제왕절개 수술률이 1999년 50.8%에서 2001년 46.3%, 지난해 44.6%로 해를 거듭하면서 다소 감소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전국 최고-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도내 산부인과 병.의원의 제왕절개 수술실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제주시내 A종합병원에서는 416건의 분만 중 121건만이 정상분만이고 295건이 제왕절개를 실시해 70.9%의 제왕절개 수술률로 도내 최고를 차지했다.

이 병원은 2001년에도 571건의 분만 중 자연분만은 189건, 제왕절개 수술은 382건으로 66.9%의 제왕절개 수술률로 역시 최고를 차지했는데 이 병원 10명의 신생아 중 7명이 산모의 몸에 칼과 약물을 투입하는 과정을 거쳐 세상 빛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제주시 소재 B종합병원으로 321건의 분만 중 자연분만은 139건, 제왕절개 수술은 56.7%인 182건으로(2001년도 892건 중 36.3%인 324건) 높은 수술률을 보였다.

C병원도 지난 한 해 238건의 분만 중 132건의 제왕절개 수술을 실시해 55.5%(2001년 218
건 중 56.0%인 122건)를 보였으며, D산부인과도 지난해 52.8%의 제왕절개 수술률을 보이는 등 도내 6개 종합병원 및 산부인과 의원이 50%가 넘는 제왕절개 수술률을 보였다.

이 같은 도내 병.의원의 제왕절개 수술률은 광주지역 M산부인과가 지난해 1254건의 분만 중 1217건을 자연분만하고 37건만 제왕절개 수술을 실시한 3.0%의 수술률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왕절개 수술률이 높은 이유=제주지역에서 제왕절개 수술률이 높은 것은 제주가 다른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모에게 병원을 선택하는 데 있어 제한이 있는 등 지리적 특성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제주도내에 있는 일부 산부인과 병.의원들이 다른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주지사는 의사들이 분만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분쟁시 법원에서 ‘정상분만 유죄, 제왕절개 무죄’의 판결 추세로 의사들이 방어적 진료 차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정상분만시 수술비가 30여 만원인 데 비해 제왕절개 수술을 할 경우 2~3배 정도 높은85만~10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일부 의사들이 병원 수익 차원에서 산모에게 제왕절개 수술을 권고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제주여민회 관계자는 “출산을 앞두고 불안한 산모들은 의사가 아이의 머리가 크니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겠다고 말을 하면 이에 대해 아무런 의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의사의 권유에 따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의사들의 제왕절개 수술 권유도 문제이지만 출산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 산모들 역시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산모들은 자연분만시 찾아오는 산통을 무서워해 자연분만을 기피하고 산통을 장시간 견디지 못해 제왕절개 수술을 택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를 좀더 훌륭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에 출산시기를 앞두고 좋은 사주(四柱)에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 또는 잘못된 출산상식으로 상당수 산모들이 자신의 몸에 칼을 대고 있다.

최병익 산부인과 전문의는 “산모가 진통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산모 부모측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원하고 일부는 기왕 수술하는 바에야 좋은 사주에 태어나도록 사주를 보고 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지방 출신으로 제주시내 한 개업의 산부인과 전문의는 “제주지역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분만에 산모와 남편 외에 부모들이 많이 간섭하는 것 같다”며 “산모가 진통을 하는 과정에서 산모의 시부모나 친정부모가 어떻게 됐느냐고 자주 물어오고 산통시간이 다소 길다 싶으면 제왕절개 수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산모들은 자연분만을 하면 살이 찌고 분만 후 남편과의 성생활이 불편해진다는 잘못된 상식과 제왕절개 수술이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산모가 분만의 주체=최 전문의는 “분만은 큰 축복으로 무엇보다도 산모가 주체가 돼야 한다”며 “산모가 임신중에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태아와 자신의 몸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전문의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태아가 너무 컸을 때로 정기점검을 통해 태아의 크기를 점검하고 너무 크다 싶으면 임신부 운동 등을 통해 아이의 크기를 조절해야 한다”며 “또한 출산에 임박했을 때 겁을 먹거나 당황하지 않도록 임산부교실 등을 통해 다양한 분만방법이나 호흡법 등 적극적인 자기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 18일과 19일 서울에서 열린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제왕절개’와 관련해 열린 학술대회에서도 이근영 한림의대 교수도 “산모들에게 분만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필요하다”며 “분만방법과 분만과정을 잘 이해하면 분만과정(자연분만)을 잘 견딜 수 있어 산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함께 의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측도 산모는 환자가 아닌만큼 산모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분만할 수 있도록 병상이 아닌 가구로 바꾸고 조명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스라엘 발표에 따르면 자연분만 2만9136명, 제왕절개 1225명의 17세 자녀를 대상으로 지능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연분만 아이들이 2점 높았다고 한다.

학자들은 이를 ‘피부의 자극’으로 설명하는데 아기가 분만될 때 피부 전체가 자극을 받아 뇌 발달의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산통은 아기가 스스로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사전훈련으로 진통을 충분히 겪은 아기는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건강하다고 말하고 있다.

출산의 고통을 경험하고 출산 후 아기와 충분한 접촉을 통해 생기는 모아애착의 본능이 발동된다면 자연분만의 산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자연분만은 태아가 모체의 질을 통해 정상적으로 분만되는 것으로 안전하고 회복도 빠른 방법이며 2~3일 후면 퇴원할 수 있어 비용도 저렴하다.

출산 후 바로 몸을 움직일 수 있고 아기의 출산을 바로 볼 수 있어 아이에 대한 각별한 기억이 남아 있다.
또한 몸 속의 불순물이 다 빠져나와 건강에도 좋고 아이와 심리적 유대감이 강해지며 모유를 바로 먹일 수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도 좋은 출산방법이다.

다만 산통이 심하며 아이가 나오는 시간을 정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제왕절개 수술은 태아와 산모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 불가피한데 여러 층의 복벽을 절개한 후 다시 자궁을 절개하는 과정을 거쳐 아이가 출산된다.

산통이 없고 아이 낳는 시간을 정할 수 있지만 수술 후 마취가 풀리면 진통제를 맞아야 하는 등 산통 못지않은 고통을 겪는다.
출혈 등 합병증 발생 위험 및 전신마취 등으로 인해 산모가 사망할 위험도 높다.

수술부위 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 투입 등으로 출산 후 곧바로 모유 수유가 안 되며 2~3일이 지나야 거동이 가능해진다.
몸 속에 노폐물이 남아 있고 일주일 정도 입원해야 하기 때문에 꽤많은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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