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2개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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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독재자가 늙어 은퇴를 하는 날이었다.
그의 충실한 후계자가 늙은 독재자에게 간곡히 요청했다.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비결을 알려주십시오.”
독재자는 봉투 2개를 만들어 주면서 말했다.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 봉투를 하나씩 개봉해 보면, 그 비결이 있을 것이네.”
후계자가 권좌에 앉은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나라가 크게 어지러워졌다.
문득 잊었던 봉투를 생각해냈다.
봉투 하나를 열어보니 다음과 같이 써있었다.
“잘못된 일은 모두 전임자에게 책임을 미루시오.”
그 후 또 다시 나라가 크게 어지러워졌다.
후계자는 또 하나의 봉투를 열어보았다.
“봉투 2개를 준비하시오.”
▲우리나라 정치사를 흔히 ‘변절의 역사’라고 한다.
새천년을 가자고 개명을 했던 정당이 2년을 겨우 넘기고 그 명을 다하는 세상이니 변절도 이만하면 가히 수준급이다.
우리나라에서 변절자가 양산된 것은 전통적 선비사회가 붕괴하기 시작한 조선 말부터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세도와 권력에 따라 이리저리 부침했으니 말이다.
그 많은 정상배(政商輩)들이 나라를 팔아먹더니, 또 광복 조국에서 권세를 누리고, 또 50년 정치풍토에서 야당이 여당으로, 여당이 야당으로 떡 먹듯 변절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또다시 정치적 변혁기를 맞았다.
이회창의 병풍(兵風)에다가, 노풍(盧風).정풍(鄭風)이 어지럽게 불고 이곳저곳에서 사기풍(詐欺風)이 불고 있으니….
이쪽저쪽 눈치를 살피며 수지타산을 맞추는 폼이 눈꼽만큼도 죄책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저마다 정치9단의 비결봉투를 받았는지, 벌써부터 잘못된 일은 전임자 때문으로 독바가지를 씌우고 있다.
대권을 잡기도 전에 봉투 하나를 깨어보고 있으니 누가 대권을 잡든지 간에, 남은 할일은 ‘봉투 2개를 만드는 일’밖에 없을 것이 아닌가.
▲제주산업정보대학 고창실 교수가 정년퇴임 기념으로 에세이집 ‘산은 내려가는 게 어렵다’를 펴냈다.
저자는 “올라갈 때는 정상에 도달하겠다는 가슴 벅찬 희망이 있어서 힘이 들어도 참고 견디지만, 내려갈 때는 그런 아름다운 희망이 없고 오히려 노을의 외로움과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선주자들에게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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