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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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산소호흡기의 전원을 꺼 전신마비로 누워 있던 딸을 숨지게 한 40대 아버지가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6년 전부터 경추 탈골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스무살 난 딸을 치료하기 위해 그 아버지는 집까지 팔았지만 병구완은커녕 5000만원이 넘는 빚만 지게 되자 그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 아버지가 구속되기 전 TV 인터뷰에서 “남은 가족들 생각에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 딸을 죽인 애비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고개를 떨구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라면 왠지 모를 서글픔과 착잡함에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또 얼마전에는 광주에서 60대 노인이 아내를 안락사시키려 했다며 경찰에 자수하기도 했다.
그는 5년째 뇌졸중으로 투병 중인 아내의 급식관에 극약을 투입하고 자신도 음독했으나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이들 사건 이후 인터넷에서는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환자가 원하면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안락사 허용은 사회적 타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서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생존 가능성이 없는 병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이른바 안락사(安樂死)다.
안락사란 원래 고대 그리스어의 ‘Euthanatos’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좋다는 의미의 ‘eu’와 죽음을 뜻하는 ‘thanatos’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용어라는 것이다.
안락사를 뜻하는 영어 ‘mercy killing’은 고통받는 불치의 환자에게 편하게 죽을 수 있도록 연민을 베푼다는 뜻이지만 표현상으로 보면 살인이라는 의미가 더 강한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는 안락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허용하거나 묵인하는 나라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1993년 제한적으로 허용되다 2001년 4월부터 안락사를 법으로 합법화했고 호주의 노던준주(州) 다윈에서는 1996년 조건부로 허용법안을 마련했다.

미국의 오리건주 역시 제한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벨기에와 콜롬비아, 스위스 등은 묵인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안락사는 ‘편안하게 죽을 권리’와 소극적 의미의 ‘살인’ 사이의 경계지점쯤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런데 딸의 인공호흡기 전원을 끈 아버지의 서글픈 사연을 접하면서 안락사를 허용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논하기에 앞서 불치병 환자와 가족에 대해 우리 사회가, 또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없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제도를 국가의 주요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료비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 전원’을 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건강보험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건강보험 재정의 70% 이상이 외래 진료비로 지출되고 있는 ‘감기보험’ 체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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