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연속 일부일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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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슈카 피셔 독일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여대생과 연애한다는 소식이 국제적 화제가 되었다. 살펴보면, 그럴 만도 하다. 그는 이미 네 번이나 이혼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55세인데, 상대는 25세여서 나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들이 자주 이혼하고 자신보다 훨씬 젊은 여자들을 새로 맞는 일은 흔하다. 게르하르트 독일 총리는 59세인데 벌써 결혼을 다섯 번 했다. 그리고 현재 독일 사민당 내각엔 그들 말고도 이혼을 한 장관들이 여럿 있다.

실은 그런 현상은 지금 모든 사회에서 나오고, 미국에서 유난히 두드러진다. 그래서 진화 심리학자들은 그것이 이미 사회제도가 되었다고 여기고 ‘연속 일부일처 결혼 (serial monogamy)’이라 부른다.

연속 일부일처 결혼은 그저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회적 함의들을 품은 현상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가 거듭 이혼하고 자신보다 훨씬 젊은 여자들을 새로 맞는 일은 실질적으로는 일부다처 결혼이다.

그것은 지위가 높은 남자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들을 자기 몫 이상으로 차지한다는 것을 뜻한다. 여성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5년이지만 남자가 생식 능력을 지닌 기간은 그보다 적어도 곱절은 길다.

자연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은 결혼 시장에서 상당히 희소한 자원이고, 어떤 남자가 연속 일부일처 결혼을 하면, 다른 남자들이 가임기 여성을 찾지 못하게 된다.

이런 사정이 일부다처제의 근본적 문제다. 생식이 모든 생명체들의 근본적 욕망이므로, 짝을 찾지 못한 남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다소곳이 받아들일 리 없다.

짝을 찾기 위해, 그들은 온갖 수단들을 동원할 것이고 사회는 근본적 수준에서 어지러워진다. 24세와 35세 사이의 남자들 가운데, 미혼자들은 기혼자들보다 살인할 확률이 세 배 높다고 한다.

그런 큰 차이의 대부분은 결혼이 남자들에게 미치는 안정적 영향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일부일처제를 위한 강력한 논거이며, 거의 모든 문명 사회에서 일부일처제가 시행된다는 사실을 잘 설명한다.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들은 젊은 여자들을 여럿 거느리지만 가난하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남자들은 흔히 독신으로 지내는 사회는, 공식적 일부다처제 사회든 연속 일부일처제가 널리 퍼진 사회든, 결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없다.

연속 일부일처 결혼의 보다 큰 문제는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다. 모두 잘 아는 것처럼, 친부모들이 의붓부모들이나 양부모들보다 훨씬 아이들을 사랑하고 보살핀다. 따라서 친부모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양육되는 아이들은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부모들만이 줄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흔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친부모와 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입는 손실은 놀랄만큼 크다. 미국의 경우, 1976년에 한쪽 또는 양쪽이 친부모가 아닌 아이는 치명적으로 학대받을 가능성이 친부모들과 사는 아이들보다 약 백 배 높았다.

1980년대 카나다의 한 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두 살 아래 아이들 가운데 한쪽이 친부모가 아닌 아이들은 양쪽이 친부모인 아이들보다 부모에 의해 살해될 가능성이 70배나 높았다.

실제로는 치명적 학대보다 비치명적 학대가 훨씬 흔하고 폐해가 큰데, 그런 일상적 학대를 받을 가능성도 친부모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 양육되는 아이들이 친부모들과 사는 아이들보다 3배 내지 40배 높았다.

아이들의 처지에서 보면, 물론 일부일처제 결혼이 가장 좋다. 그러나 일부다처 결혼도 아이들이 친부모들에 의해 양육된다는 점에서 그렇게 큰 문제를 낳지 않는다. 연속 일부일처 결혼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그것은 아이들이 의붓부모들과 살게 된다는 것을 뜻하며, 그런 점에서 일부다처 결혼보다도 훨씬 못하다.

결혼은 가장 중요한 사회 기구들 가운데 하나다. 실은 결혼이 가장 중요한 사회 기구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게 중요한 결혼 제도가 흔들려서 이혼이 많아지고 미혼모들이 늘어나고 점점 많은 아이들이 친부모들과 살지 못하게 되면, 친부모들의 사랑과 교육이라는 가장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 헛되이 버려지게 된다. 비록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것은 아주 큰 사회적 불행이다.

독일의 정치 지도자들의 연속 일부일처 결혼을 우리 신문들은 한담의 대상으로 여겼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그러나 그것은 보기보다 중요한 함의들을 품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가 자신보다 훨씬 젊은 여자들을 거듭 차지하는 것은 다른 남자들이 짝을 찾지 못하도록 해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만일 그들이 아이들을 낳았으면, 그 아이들은 홀어머니나 의붓아버지와 살게 되고, 그들이 제대로 양육되지 못해서 나오는 사회적 비용은 결국 사회가 부담하게 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이혼율이 부쩍 높아졌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들의 연속 일부일처 결혼도 드물지 않게 나온다. 이런 현상에 대해 미리 주목하고 논의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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