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관광도로 숲터널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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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사라질 뻔한 동부관광도로의 구실잣밤나무 숲터널이었다. 그 숲이 도리어 보호를 받게 됨으로써 관광명소로 한 몫을 하게 되었다니 앞으로 두고 두고 교훈으로 남을 만한 사례다.

현재 국토관리청에 의해 왕복 4차선으로 확장.포장되고 있는 동부관광도로의 2단계 사업지구인 표선~성읍 간 7.63㎞ 구간에는 5.6㎞의 구실잣밤나무 숲터널이 형성돼 있다.

국토관리청은 이 구간을 왕복 4차선으로 확장.포장하기 위해 2008년까지 총 600억원을 투입하게 되는데,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공사 실시설계를 완료해야 한다.

여기에서 생기는 문제가 바로 기존 도로의 상공을 덮고 있는 숲터널 처리다. 수령 25년짜리 구실잣밤나무 812그루가 5.6㎞에 걸쳐 이어 놓은 숲터널이다. 이것이 도로 확장으로 없어지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고민하던 제주도와 국토관리청이 보호 방안을 연구한 끝에 숲터널을 이룬 기존 도로를 그대로 두고, 그 양쪽에 각각 편도 2차선씩의 새 도로를 개설키로 합의한 것이다. 그리고 기존 숲터널 길은 자전거 도로 및 산책길로 단장, 관광명소로 활용하자는 얘기다.

그 대신 제주도는 신설 도로 부지 매입비를 부담키로 한 모양인데, 국토관리청은 이를 모두 실시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주도와 국토관리청의 적극적인 의견 조정으로 귀중한 자연자원이자 관광자원인 숲터널을 보호하게 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각종 도로.건축.토목 공사를 벌이면서 사적.유적지, 유물들 때문에 관계당국간에는 수많은 의견 충돌이 있어 왔다. 그러한 와중에 유적.유물들이 훼손되기도 했고, 공사까지 지연되는 일이 많았다.

이러한 전례에 비하면 이번 숲 터널 문제를 해결한 것은 성공적이다.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일어났을 때 모델이 될 만하다. 당국끼리, 관계자끼리, 혹은 이해당사자끼리 협의와 논의를 거듭하면서 해결 방안을 꾸준히 연구한다면 풀지 못할 일이 많지 않다.

그런데 당국이 한 가지 꼭 유념해 둘 일이 있다. 숲터널 양편으로 새 도로를 뺄 때는 구슬잣밤나무의 자람에 지장이 없도록 기존 도로와의 사이에 면적을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나무 숲이 50년이든, 100년이든 오래 갈 수가 있다. 만약 도로와 도로 사이 면적이 협소하면 숲터널은 오래 가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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