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 우짖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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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현기영씨는 1983년 장편 ‘변방에 우짖는 새’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방성칠란과 이재수란의 역사적 성격을 규명하려는 작가의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을 보는 시각에 따라 그 성격이 물론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내우외환기의 대한제국 말기의 외세의존적 억압세력과 가렴주구의 학정에 과감히 반기를 둔 제주백성들의 집단적 항거를 상세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역사소설의 한 축을 잇고 있다.

작가는 당시 제주에 귀양을 와서 두 민란을 차례로 겪었던 한말의 거물정객 김윤식의 ‘속음청사’를 근본사료로 하고, 천주교측에서 공개한 신부와 주교의 서한, 민간에서 취재한 촌로의 증언을 참고로 쓰고 있다.

사건의 원형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분방한 문학적 상상력’을 삼가지 않을 수 없었던 작가는 민란의 진행과정을 재생시키는 데 적잖이 애를 먹었다고 훗날 털어놓기도 했다.

이재수란은 “잠수기로 갯바닥을 박박 훑어가는 왜놈 머구리배들은 쫓아줄 궁리는 도무지 없고 그저 버쩍 마른 백성의 껍데기만 벗기려드는”(소설 233쪽) 관(官)의 가혹한 잡세수탈이 일차적 원인이 되었고, 거기에 다시 천주교의 지나친 교폐가 백성들의 원한을 사게 되어 복합적으로 일어난 항거라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그러나 작가는 소설 서문에서 사료해석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그것이 과연 천주교측이 주장하듯이 박해인가, 아니면 마을 촌로들이 말하듯이 의거인가? 교난(敎難)이냐? 교란(敎亂)이냐?…(중략) 全도민이 봉기했던 이 두 민란은 그 규모로 보나, 그 쟁점의 심각성으로 보나 역사의 정당한 조명을 받아야 함에도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실상”이라고 밝히며 진실규명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그리고 1901년 신축년에 일어난 ‘이재수란’이 102주년을 맞는 오늘.
8일 오후 기념식을 전후로 다채로운 기념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2001년 100주년 때 ‘진실과 화해’라는 이름으로 기념사업회와 교계의 입장차를 줄이고 화해의 길을 모색했던 연장선상에서다.

1901년 제주항쟁기념사업회와 천주교 제주교구는 7일 오후 제주시열린정보센터에서 ‘화해와 기념’이란 주제로 기념학술제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선언’을 채택, 대외적으로 선포했다.

이 미래선언을 통해 양측은 선교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주민중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과거의 잘못과 항쟁하는 과정에서 많은 천주교인과 무고한 인명 살상의 비극을 초래한 점을 사과했다.

나아가 양측은 “향후 상호 존중의 기조 위에서 과거사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힐 것”과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이제 ‘변방에 우짖는 새’가 제자리를 찾아 와 앉을 때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역사적 교훈을 찾는 작업의 시작이 바로 지금이 아닌지 102주년을 맞는 오늘 되뇌이게 하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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