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등신
8등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최근 우리 고고학계에 경이로운 일이 벌어졌다. 1500여 년 전 낙동강 하류의 고대국가 가야(伽倻)의 여성이 다시 태어난 것이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경남 창녕군 고분(6세기 가야)에서 출토된 순장(殉葬) 여인 유골의 인체를 복원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2007년 12월 발굴 당시 골격이 거의 완벽하게 남아있던 인골을 2년여 과학 분석 결과, 국내 최초로 신체 일부가 아닌 전체를 실물 크기로 복원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고대 한국인의 모습으로 재현된 주인공은 16세 가량의 소녀다. 153.5㎝의 키에 19.6㎝의 얼굴 길이, 54.61㎝의 가느다란 허리로 단아한 모습이다.

키는 작지만 얼굴 크기 역시 작아 전체비율로 보면 ‘8등신’에 가깝다.

▲흔히들 가장 아름다운 체형으로 8등신을 꼽는다.

8등신은 키가 얼굴 길이의 8배(얼굴 길이로는 키의 12.5%)인 인체비율을 말한다. 다리 길이가 키의 50%인 체형을 일컫기도 한다.

서양에선 오래전부터 8등신을 미의 기준으로 삼았다.

1820년 그리스의 밀로 섬에서 발견된 비너스상은 대표적인 8등신 조각상이다.

세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여성상으로 꼽히는 것은 이런 인체비율에 의해서다. 미인대회에서 선발된 미녀도 8등신 미녀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8등신은 21세기 미의 기준으로 맞지 않다고 한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아름다움의 기준도 달라져 굳이 표현하자면 요즘 미인은 9등신이거나 10등신 정도가 돼야 롱(long) 다리 측에도 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8등신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여전한 것 같다. 최근 한국인 체형이 갈수록 키는 커지는 반면, 얼굴이 작아지는 현상을 많은 사람들이 반기는 것은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러나 몇 년 전 서울소재 모 사립대학에서 벌어진 사건은 씁쓸하게 한다.

당시 회화과 교수는 5등신 모자상을 교내에 세웠다. 대학 최고위층은 8등신 정도의 늘씬한 여인으로 고치도록 했다. 교수는 황당한 지시를 거부했고 이듬해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교수는 오랜 법정투쟁 끝에 다행히 복직결정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대학 측은 8등신만을 좋아하다, ‘어리석은 사람’을 얕잡아 일컫는 말인 ‘등신(等神)’ 칭호에서 8단을 수여받은 격이다.

지금도 우리사회 어딘 가에선 이 같은 등신 경연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김범훈 논설실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