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사이진(卽事而眞)
즉사이진(卽事而眞)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가을이다 싶더니 벌써 겨울이 오고 있다.
경북 청도 운문사의 비구니 명성(明星) 스님은 올 겨울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가면서 결제법문을 이렇게 말했다.
‘즉사이진(卽事而眞)’.

‘일을 함에 있어 항상 진실돼야 한다.’
명성 스님은 최근 전국비구니회 회장직을 고령을 이유로 여러 번 고사하다가 마침내 수락했는데, 이때는 이런 말을 했다.

“서산대사가 발백심미백(髮白心未白)이라 했지요. 머리가 허옇게 세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올해 만 73세가 되는 명성 스님은 서산대사의 말처럼 나이보다 30년 젊은 마음으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어제 신문보도를 보면 정부는 고령시대에 대비해 ‘고령자고용촉진법’에 규정된 정년을 현행 만 60세에서 만 65세 내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현재 한국의 인구 고령화 속도가 국가재정을 위협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노인단체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경제단체나 기업 쪽에서는 생각이 다르다.
그 쪽의 말은 ‘현재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는 데다가 노조 쪽에서 정년 연장을 명분으로 다른 요구조건을 내걸 수 있다’고 회의적인 반응이다.

▲우리 전통사회에서 정년은 치사(致仕)라 하여 70세였다.
정년을 65세로 정하고 정년 이후에 국가가 연금을 주도록 한 것은 19세기 프러시아의 재상인 비스마르크의 주장에서 시작되었다.

비스마르크가 정년을 65세로 정한 데는 나름대로 타산이 있었다. 당시 독일 남자의 평균수명은 45세.
정년 65세는 그에 20세를 더한 것이니 그 나이까지 사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러니 당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국가의 연금 지급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묘수였던 것이다.
비스마르크의 논리를 오늘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평균수명이 연장된 21세기 지금에는 정년을 90세 이상으로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정년을 60이다 65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명성 스님의 말처럼 70이 넘어도 30년 젊은 마음으로 활동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20대를 겨우 넘긴 사람이 늙은이가 되는 사람도 있다.

정신분석의 대가 프로이드는 사람에게는 23일 전후 주기의 생리파, 28일 전후 주기의 감성파, 33일 전후 주기의 지성파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복잡한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은 이 주파의 리듬을 혼동시키면서 스스로 몸과 마음을 늙어가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 일 저런 일 다 부딪힐 수밖에 없다면 매사에 솔직하게 사는 것이 주파의 리듬을 타고 스님이 말하는 ‘즉사이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