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조형물이 뭐기에
노래조형물이 뭐기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제주문화예술재단과 도내 미술인들이 제주상징노래조형물 건립을 놓고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이 사업은 2억5000만원을 들여 제주민요 ‘해녀노래’와 ‘오돌또기’ 조형물을 구좌읍 종달리 해안과 성읍민속마을에 세우는 것이다. 말많던 ‘섬집 아기’ 노래비 대체사업으로,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문예재단)이 지난 6월 말 제주도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조형물 도안을 확정해 추진 중인 제주도의 사업이다.

다툼의 쟁점은 조형물의 공모 여부에 따른 절차의 공정성 여부와 함께 문예재단 부설 조형연구소에 사업을 일임, 앞으로 도내 조형물사업을 조형연구소가 독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제주조각가협회 등 15개 미술단체는 제주미술인 공동성명을 통해 문예재단을 공격했다. 주장의 요점은 “문예재단이 부설 조형연구소에 사업을 일임한 것은 공모라는 최소한의 민주적인 절차마저 무시한 횡포이니, 문예재단은 독단적인 수익사업(노래조형물 건립을 지칭)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문예재단은 노래조형물 도안 심사를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1, 2차 회의(10월 2, 10일)를 거쳐 추진했고, 전문디자인팀(5명)이 조형물을 도안한만큼 절차의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대응했다.

그러나 갈등은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문예재단은 성명을 낸 단체들을 찾아다니면서 사업의 불가피성을 설득하고 다녔지만 별 성과가 없었던 모양이다. 문예재단 관계자들은 ‘노래조형물’의 ‘노’자만 들어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말한다.

미술협회 제주도지회도 성명서를 보고 지난 8일 긴급이사회를 열었으나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문예재단은 급기야 11일 다시 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문예재단의 주장은 이렇다.

제주상징노래조형물사업은 금년도 연도 폐쇄기인 내년 2월 28일까지 완료돼야 하는 사업이므로, 공모에 의해 시행할 경우 3개월 이상 공모 처리기간이 소요됨에 따라 올해 사업으로는 도저히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공모할 경우 공모에 따른 공고료, 심사위원 수당, 출품작에 대한 보상 등 3000만원 정도의 추가 예산이 집행돼야 하므로 현재 상황으로는 조형연구소 주관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에 따른 테마공원 조성 등 조형물 건립사업이 문예재단 주관 아래 시행될 경우 반드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니 ‘조형연구소의 사업 독점’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정리하면, 문예재단은 조형물사업을 공론화하지 못한 점은 잘못으로 인정하지만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므로 사업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 같다.
그동안 ‘조형연구소가 있는데 공모할 필요가 있느냐’, ‘도안부터 제작에까지 전문디자인팀과 조각가들이 참여했고 건립추진위 회의를 통해 도안을 확정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서 이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진작 문예재단이 공론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 점이다. 문제 발생 후라도 귀를 크게 열어 미술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솔직한 재단의 입장을 밝혔더라면, 지금처럼 난감한 입장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성명을 낸 미술인들에게도 안타까운 점이 있다.
지난달 초 도안 1차 심의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시점인 지금에 와서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땐 몰랐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또 지난해 2월 재단 부설 연구소로 설치된 조형연구소에 대해서도 가만 있다가 1년이 지난 뒤 ‘조형물사업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는 식의 주장은 미술인끼리 ‘밥그릇’ 다툼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문예재단과는 대화창구를 트지 않는 것도 옳은 태도는 아니다. 성명서에 동의한 미술단체도 부풀리기 인상이 짙다. 제주미술협회 회원이 대부분인 데다 몇몇 단체들은 회원들의 동의 없이 이름을 빌려주었고 겹치기 미술동인들도 꽤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노래조형물사업은 시작되었다.
문예재단과 성명을 낸 단체들은 속히 만나 문제 해결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주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귀를 먼저 열고 듣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제대로 들어야만 소통하고, 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봄에는 성읍에서 ‘오돌또기’를 듣고 구좌읍 종달리 해안에서 ‘해녀노래’를 다같이 웃으면서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