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에 이미 오늘의 민주정치를 정확히 예측한 통찰력이 경이롭다. 군주정치와 귀족정치의 폐단은 뻔하지만, 민주정치가 어리석은 사람들의 정치 또는 민중을 어리석게 만드는 정치가 될 수도 있다는 그의 혜안이 놀랍다.
오늘의 정치판을 보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실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며칠 전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을 지켜보던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코미디야, 코미디!”라고 혼잣말을 한 것이 보도돼 실소를 금치 못한 적이 있지만, 요즘 정치판을 보면 마치 코미디를 보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민주정치의 정의는 이미 링컨이 정확히 내렸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민주정치의 이념이다. 하지만 ‘국민의, 국민에 의한 정치’는 이뤄지고 있으나 ‘국민을 위한 정치’는 오히려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생활은 더 나빠지고 있고, 극심한 취업난으로 특히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의 실업문제가 국가적인 현안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정치판은 이에 아랑곳없이 어떻게 하면 대선자금 비리 정국을 큰 탈 없이 모면할까 자기 방어에 혈안이다.
정치가 국민의 복리를 위한 게 아니라 정치인과 정치집단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 양 돼버렸다. 국민의 하인이 돼야 할 정치인들이 주인 행세도 모자라 정경유착에다 검은 돈으로 치부(致富)까지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마당에 정치판을 보는 국내 대학생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최근 한국대학신문이 한국.중국.일본 3개국 15개 대학 재학생 1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자국의) 정치를 신뢰하느냐’는 물음에 한국 대학생들은 겨우 4.7%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중국 47.6%, 일본 10.5%에 비해 아주 떨어진 신뢰도다. 이러다가 ‘정치 신뢰도 0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구린 정치, 어디까지 갈지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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