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뢰’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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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군주정치가 타락하면 폭군정치가 되고, 귀족정치가 타락하면 과두(寡頭)정치가 되며, 민주정치가 타락하면 중우(衆愚)정치가 된다”고 했다. 역시 대철학자다운 말이다.

기원전에 이미 오늘의 민주정치를 정확히 예측한 통찰력이 경이롭다. 군주정치와 귀족정치의 폐단은 뻔하지만, 민주정치가 어리석은 사람들의 정치 또는 민중을 어리석게 만드는 정치가 될 수도 있다는 그의 혜안이 놀랍다.

오늘의 정치판을 보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실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며칠 전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을 지켜보던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코미디야, 코미디!”라고 혼잣말을 한 것이 보도돼 실소를 금치 못한 적이 있지만, 요즘 정치판을 보면 마치 코미디를 보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민주정치의 정의는 이미 링컨이 정확히 내렸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민주정치의 이념이다. 하지만 ‘국민의, 국민에 의한 정치’는 이뤄지고 있으나 ‘국민을 위한 정치’는 오히려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생활은 더 나빠지고 있고, 극심한 취업난으로 특히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의 실업문제가 국가적인 현안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정치판은 이에 아랑곳없이 어떻게 하면 대선자금 비리 정국을 큰 탈 없이 모면할까 자기 방어에 혈안이다.

정치가 국민의 복리를 위한 게 아니라 정치인과 정치집단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 양 돼버렸다. 국민의 하인이 돼야 할 정치인들이 주인 행세도 모자라 정경유착에다 검은 돈으로 치부(致富)까지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마당에 정치판을 보는 국내 대학생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최근 한국대학신문이 한국.중국.일본 3개국 15개 대학 재학생 1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자국의) 정치를 신뢰하느냐’는 물음에 한국 대학생들은 겨우 4.7%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중국 47.6%, 일본 10.5%에 비해 아주 떨어진 신뢰도다. 이러다가 ‘정치 신뢰도 0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구린 정치, 어디까지 갈지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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