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이 서귀포를 예향으로 부각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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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지화백 인터뷰] 서귀포시 변시지미술관 건립계획에 새삼 주목

“내 그림들이 서귀포를 세계적인 예향(藝鄕)으로 부각시키는 데 기여할거야.” 왜 안 그럴까. 제주를 황갈색으로 그려 고독의 보편성을 확립한 ‘폭풍의 화가’ 변시지 화백의 단언이니.

최근 서귀포시의 변시지미술관 건립계획 발표로 새삼 주목받는 그는 “붓질의 평생 결실을 한곳에 영원토록 보관, 관람객을 맞이하는 건 큰 기쁨”이라고 했다.

화백은 작품 500점을 미술관에 흔쾌히 내놓는다. 금전가치로 500억 원 상당.

“10대 시절 작품부터 근작까지 시기별, 주제별로 망라돼. 절반은 기증이고 나머지는 무상 임대야.” 특히 화백이 17세에 그린 ‘농가’(50호)와 일본 광풍회전 최고상 수상작 ‘만도링을 가진 여인’ 등도 기증에 포함돼 의미가 크다.

미술관은 삼매봉공원 예정지에다 내년 용역을 거친 후 2011년 착공, 건립될 예정이다. 특히 작품을 선택하면 관람객 앞으로 이동해 와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최첨단시설로 설계된다.

그동안 변 화백의 작품을 내걸겠다는 미술관 건립제안은 꽤 많았다.

“경기도 고양시가 선생은 세계적 작가니까 지역에 연연할 필요 없다며 미술관을 지어주겠다고 했지. 사업가 등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내 그림을 기증받아 미술관을 세우겠다는 의사 타진도 여러 번 받았어.”

그가 달콤한 제안을 물리친 이유는 고향을 향한 애정과 미술관의 안정성, 두 가지로 정리된다.

“내 그림 보려면 서귀포시에 오도록 해야지”라고 잘라 말한 화백은 “그림을 개인한테 맡겼다가 만약 부도라도 나면 작품들이 뿔뿔이 흩어져 버려. 그래서 나라에 기증한 거야”라고 차례로 설명했다.

그림을 자식들에게 넘기는 대신 기증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더러 유명 원로화가 타계 후 자식들이 그림 놓고 싸움을 벌이는 그런 꼴은 못 본다는 첨언.

작업 근황은 어떨까.

그는 “건강이 좋아져 집중도 예전보다 잘 돼. 여태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시각을 전환, 화면에 투영해보고 있어. 확 달라진 건 아니고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입히고 있지. 아무래도 연로해서 대작은 힘들어. 유화.수묵화 소품작업을 병행해”라고 전했다.

덩달아 건강비법도 나왔다. 매일 아파트부터 작업실인 변시지예술공간까지 절반은 택시로 이동한 후 나머지 1㎞가량은 직접 걸어간다는 내용. 화실에 도착하면 등에 땀이 줄줄 흐른다고 했다.

화백은 약주도 여전히 즐긴다. “손님 만나면 저녁부터 거의 자정까지 소주 마시지.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마시고. 젊어서도 술 거른 날 없었어. 타고난 건강 체질인가 봐.”

붓으로 ‘대지와 바람의 서사시’를 써낸 그는 제주에 돌과 바람이 많다는 것은 괜한 말이 아니라고 했다. 둘이 어우러져 빚어낸 제주의 아름다움의 근원, 그것이 바로 ‘제주화’란 강조다.

“제주의 고유색은 보는 자마다 다르겠지만 내겐 황토색이야. 왜냐고? 제주가 외로운 섬이기 때문이지. 심지어 유배지였잖아. 내 그림엔 인물도 하나, 초가도 하나지. 외롭고 고독해. 하지만 하나여서 보는 이와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어.”

순간, 원로화백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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