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멋진 아이디어도 실천력 결여가 문제다. 그 이유로 국비지원 부족과 자치단체 예산난을 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정부만 해도 그렇다. 제주도가 내년에 400㏊의 부적지 감귤원을 폐원키로 하고 사업비 120억원 중 36억원을 국비 지원토록 요청했으나 50%를 싹둑 잘라버리고 18억원만 보조해 줄 모양이다. 이러한 정부 행태는 올해도 마찬가지여서 사업에 큰 차질을 빚었다.
만약 정부가 재정이 부족해 요구액 전액을 지원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부실은행.부실기업에는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지원해줬다가 손실을 보고, 금강산 관광 경비를 보조하면서 북한을 돕고 있다. 뭉칫돈으로 정치자금도 내 주고 있다. 회계가 다르다 해도 국민 세금이요, 국가돈이란 점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감귤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36억원이 아니라 360억원이라도 지원해 줄 수가 있다. 우리 정부에 그 정도의 능력은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잔말 말고 제주도가 요구한 전액을 지원해 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는다면 꼭 마늘 정책과 다를 게 없다. 미리 대책을 세워주지 않고 세월만 보내다가 중국 감귤이 판을 쳐서야 우왕 좌왕 할 것이다.
제주도를 비롯한 시.군들도 핑계 잡기는 정부와 마찬가지다. 정부 보조 불가시 지방비라도 쓰라고 하면 돈이 없다고 한다. 왜 돈이 없는가. 애물로 전락한 제주교역.컨벤션센터.월드컵 경기장.세계섬문화축제에 투자하는 돈과 적자 보전금을 감귤원 폐원에 투자했더라면 2010년까지의 3000㏊ 폐원 목표를 8년이나 앞당겨 올해에 충분히 달성했을 터다. 그리고 2010년에는 6000㏊의 감귤원 폐원도 가능할는지 모른다.
제주도내 자치단체들은 결코 예산이 부족한 게 아니다.
도리어 돈이 넘쳐나고 있다.
다만 잘못 쓰여지고 있을 뿐이다. 감귤 문제의 상지상책이 폐원이라면 중책(中策)은 가공공장이다. 현장 폐기야말로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