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평가회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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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전국 과수협회가 주관하고 농림부 후원으로 충남 예산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고택 광장에서 과수 평가회가 개최됐는데 중앙정부의 관계관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과수조합장, 과수단지협의회장, 농가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글로벌 자유무역시대에 과수산업의 생존전략을 위한 비전과 품질 향상을 다짐하는 현장이었다. 제주에서도 감귤조합장과 단지협의회장 등이 참여했는데 일행들과 함께 필자도 현장을 접할 기회를 가졌다.

능금하면 경북 대구를 연상하는데 이곳 예산에서 평가회를 갖는 이유가 있었다. 예산에는 20여 년 동안 미치광이라는 소리와 핀잔을 들으면서도 전국 최고의 맛있는 능금을 생산하겠다는 집념을 가지고 끈질긴 노력를 한 한 농가가 있었다.

김창호씨(50)는 무비료, 무제초제,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초생재배로 그 토양에서 생장한 풀은 그 농장에 환원시켜주고 나무 수세에 따라 예초 시기를 조정하고 화학비료와 질소질비료는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재배환경 역시 완만한 경사지이며 우량 품종을 충분한 간격으로 재식해 나뭇가지를 일일이 유인하고 지표에는 은박지를 덮어서 투광률을 높여 수관 상부나 하부, 내부에 달린 열매의 크기가 균일한 대과로 착색도 매우 좋았다.

이처럼 정성 들여 생산된 사과는 15브릭스 이상의 맛 좋은 능금으로, 차별화하기 위해 고유상표를 만들어 다른 능금보다 2배 이상의 가격을 받아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이웃에 한 농가는 3년 전에 필리핀에서 사과 우량접수를 들여와 M9 왜성대목에 접목시켰으며 묘목을 옮겨 심기 전에 구덩이를 파서 퇴비와 유기인산질 비료를 충분히 묻고 50㎜ 플라스틱 파이프에 구멍이 숭숭 뚫린 호스를 땅속에 묻어 통기성을 좋게 해 17브릭스 고당도의 능금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접목해서 3년째인 사과나무 한 그루에 60개 내외의 대과가 고르게 달려 있었는데 상자당(40개입) 4만원의 호가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와 같이 사과와 배는 고당도계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혁신으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과일을 생산해 국내 수요를 확대하고 있지만 외국에 수출은 어렵다고 한다.

사과도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중국산 능금이 외국 시장을 거의 잠식해 우리 사과는 대만 수출이 고작이라는 수출업자의 말을 듣고 모두들 어깨가 늘어졌다.

그래도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제주감귤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 감귤은 기후에 따라 품질이 좌우되고 수량 위주의 재배로 단맛이 떨어지고 산이 높아 소비자들에게서 외면받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며칠 전 KBS TV 화면에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한 주부가 감귤을 먹고 얼굴을 찡그리며 씹던 감귤을 뱉는 장면을 보는 순간 생산자의 한 사람으로 가슴이 뜨끔했다.

덜 익은 감귤을 강제착색해 소비자들이 눈을 속이는 파렴치한 행위는 우리 모두의 자멸행위다. 불량감귤 출하를 강력히 규제해 위반자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한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과일 고르는 수준이 높아졌다. 맛이 없고 신선하지 않으면 가격이 아무리 싸도 구매를 꺼리고 당도가 높고 싱싱한 과일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차제에 우리 감귤생산자들도 개방사회에 위기위식을 갖고 모두 각성해 다소 수량이 감소되더라도 질소질.가리질이 많은 화학비료 사용을 지양하고, 제초제 사용을 금해서 친환경농법으로 토양을 살려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신뢰하는 맛 좋은 감귤을 생산.출하하겠다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게 느껴진다.

관계당국에서도 기존 재배 품종으로는 품질 향상에 한계가 있으므로 부적지 감귤원의 과감한 폐원과 지역 특성에 알맞은 고당도계 품종으로 갱신사업을 확대시켜 제주감귤의 경쟁력을 높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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