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도(酒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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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미년(癸未年) 2003년도가 어느덧 한 달 보름 남짓이면 아듀를 고하게 된다.
일부 매스컴은 벌써 올해의 10대 뉴스를 선정.보도하고 있다. 어떤 결혼정보회사는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1년을 결산하는 인터넷.전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올해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말로 ‘대통령 못해 먹겠다’를 꼽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들은 또 올해 가장 어렵게 보낸 사람으로 실업자보다 농민을 1위로 올려놓았다 한다.

12월까지 기다리기엔 경쟁에서 늦는다 싶었는지, 예년보다 보름 이상 빠른 내용들이다.
사회는 불황의 터널 속을 정신 없이 헤집고 다닌 시간들을 마감하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지금부터는 연말 분위기에 접어드는 것인가. 이쯤하면 캘린더에 동그라미 스케줄이 하나 둘씩 예정되어 간다. 이른바 망년회(忘年會)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망년회의 명분은 아주 멋들어진다. 한 해 동안 어려웠던 일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맞이하자는 연례 행사다. 그러나 대개 모임의 면면은 ‘술판’이었다. 쌓인 감정의 무게를 술의 양으로 판가름하는 게 우리네 음주 습성이다. 때문에 ‘잊자’는 ‘망(忘)’을 내세우다 보면 과음을
하지 않고 연말을 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잊기에 앞서 기억해야 할 것도 많고, 정리해야 할 것도 많은 게 현실이다.
그동안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되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술잔이 돌아가고, 폭탄주가 제조되면서 2차는 필수요, 3차는 선택이라는 음주문화. 이 속에서 나의 음주 모습은 어떠해 왔을까를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인터넷 등에 올라 있는 술 주정 보고서는 다양하다. 술만 취하면 탁자에 올라 춤을 추며 숨겨져 있는 끼가 발산되는 ‘심봉사 눈뜨는 형’, 이유 없이 눈물을 짜는 ‘상가 집 아르바이트형’, 필름이 끊겨 주위에 기억을 의존해야 하는 ‘동시상영형’ 등 다 제멋인 것 같다.

사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지만 사방에 널린 게 술이다. 술버릇도 사람 수 마냥일 터, 술을 마시는 사람치고 술 주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예로부터 향음주례(鄕飮酒禮)라 했다. 조상들은 어른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예절로 술을 마시는 고결한 풍류를 지녀왔다. 자신의 모든 인격이 술자리에서 드러난다 하여 주도(酒道)를 높이 사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에게 주도는 간 데 없다. 고주망태에 심신은 매우 지쳐 있을 뿐이다.

이번 망년회부터 달라져 보자는 이유다. 조상들의 술 마시는 멋을 따라가 보자. 그래서 술 집을 나설 땐 올 한 해 ‘술 한 번 잘 마셨다’고 외치며 그동안의 술 주정에 마침표를 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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