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처음 선 뵈는 최첨단 자연장(自然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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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웨덴 출신의 생물학자에 의해 시신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개발돼 주목을 끌었다.

이 기술은 시신을 냉동, 건조시킨 후 분쇄해서 매장하면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한다.

화장(火葬)을 할 경우 이산화탄소 등 독소가 배출돼 온난화의 한 원인이 된다는 지적에서 기술개발이 이뤄진 것이다.

기술의 핵심은 주검을 질소용액에 넣고 영하 192도로 냉각시키는 데 있다.

그러면 사체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고, 이를 분쇄한 후 전분 등과 섞어 땅에 묻으면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자연분해된다는 것이다.

돌아가신 주검을 놓고 ‘기술’이니 ‘개발’이니 하는 표현 자체가 무례한 감이 있지만 장묘문화의 일대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한 통계에서 우리나라 장례실태는 연간 20만여 개의 묘지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묘지 면적이 기당 평균 50㎡(15평)임을 감안하면 매년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잠식당하는 셈이다.

또 현재 정부가 추산하는 전국의 분묘는 약 2000만개로 친다.

전국 학교용지의 4배, 공장용지의 2배, 서울특별시 면적의 1.6배, 국토의 1%이다.

이런 마당에 제주시 어승생 공설묘지내 무연묘역이 전국 최초로 재개발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74년 어승생 무연묘역이 조성된 후 30여 년만에 전면 재정비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비 23억여 원을 포함, 총 사업비 33억2200만원이 투입된다.

지난 3월 첫 삽을 뜬 후 1년 남짓만인 내년 4월 완공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현재 포화상태인 어승생 무연묘역을 재개발해 자연장 등 선진 장묘시설을 도입하는 ‘묘역 공원화’를 기본골격으로 하고 있다.

최근까지 묘역내 1만6900기의 무연분묘를 화장한 뒤 일정 장소에 합장 매장했다.

제주시는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추모비를 건립, 매년 1월 1일 위령제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묘역 가운데 1만8800㎡ 부지에는 수목장.잔디장.화초장.정원장 등 자연장 형태의 선진 장례시설이 갖춰진다.

묘비나 표석을 금지하는 대신 최첨단 전산시스템을 갖춰 유족의 분묘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1만4424㎡ 공간에는 푸른 숲공원을 조성해 시민.관광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민공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시는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47.8%에 불과한 역내 화장률이 60% 이상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묘지 재개발사업이 전국 최초의 시범사업인 만큼 다른 지방 기관.단체가 벤치마킹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묘지와 그로 인한 토지잠식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괄목할만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수목장으로도 불리는 자연장은 수목, 화초, 잔디 등에 유해를 묻어 장사지내는 방식이다.

매장문화를 선호하는 우리 국민들의 정서와도 맞아 떨어진다.

영국과 스웨덴,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원형 자연장이 활성화돼 있다.

저마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도심에 장미정원 형태의 추모공원이 들어서 시민공원 역할을 톡톡히 해냄은 물론이다.

이번 ‘어승생한울누리공원’으로 명명한 어승생 자연장시설이 많은 이들이 산책하고 소풍갈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함성중 편집부국장대우 사회부장>
hamsj@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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