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물론 스포츠나 무술에서 보면 기본은 가장 먼저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익히기도 쉽다.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다 기본은 할 줄 안다고들 말한다.
그러다보니 하수(下手)는 기본을 우습게 여긴다. 쉬워 보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매사에 하수는 기본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고수(高手)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을 가장 먼저 배운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고수는 틈만 나면 기본을 익히고 또 익힌다.
기본에 충실하다보니 한 수 한 수가 매우 자연스럽다. 강력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예로부터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이렇게 기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어느 덧 올해도 연말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바쁘고 힘들지만 많은 것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새해인가 싶더니 이렇게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난 1년을 더듬어 본다.
밭에서 땀 흘린 수확의 기쁨마냥 보람도 있었을 터이고, 바람 끝이 모질어진 계절마냥 마음 쓰라리고 어깨가 축 처지는 경험도 있었을 터이다.
하지만 ‘그 때 참았더라면’, ‘그 때 시도했더라면’, ‘그 때 배웠더라면’, ‘그 때 조심했더라면’ 하고 후회한들 소용이 없다. 과거는 이미 수정 불가능하고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현재는 수정도 할 수 있고 불투명하지도 않다.
▲현재는 지금(只今)을 말한다.
지금은 스스로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를 지금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지금 그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도 했다. 이런 마음자세가 삶의 기본이라는 의미다.
그런데도 지금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버리곤 한다.
지금이 훗날엔 후회스런 그 때가 되는데도 말이다. 해서 ‘후회 리스트’를 만들어볼 일이다.
개인적으론 이런 저런 후회들 가운데 생각 없이 내뱉은 말로 상대방에게 아픔을 주었던 기억들이 우선 떠올려진다. ‘화는 입에서부터 나온다’는 화종구출(禍從口出)을 실감하는 연말이다. 말은 생각과 인격을 담는 그릇이라 했는데, 삶의 기본이 부족한 탓이다.
<김범훈 논설실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