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졸레 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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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20일)부터 올해산 햇포도주인 ‘보졸레 누보(Beaujoais Nouveau)’가 판매되고 있다.
때맞춰 국내 유통업계는 ‘보졸레 누보’를 소재로 한 ‘이벤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 업체는 ‘보졸레 누보’를 구입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특급호텔 숙박권 및 식사권, 휴대전화, 각종 명품 등 풍성한 선물과 경품을 제공하고 있다.

도내 특급호텔들도 이에 뒤질세라 와인 시음회를 비롯해 재즈파티, 와인 경매, 와인 테스팅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고 ‘보졸레 누보’를 소재로 한 다양한 식음료 상품들도 내놓고 있다.

덩달아 할인매장과 편의점 등에서도 예약판매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보졸레 누보 분위기 끌어올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보졸레 누보’의 국내 판매량은 1999년 1만7000상자(상자당 750㎖ 12병)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난해에는 10만상자에 이를 만큼 급증하면서 국내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같은 국내 판매량은 전세계적으로 20위권 안에 든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비행기로 공수된다.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부르고뉴주 보졸레 지방에서 매년 8~9월 생산된 포도를 2개월여 저장했다가 숙성시킨 뒤 11월 셋째주 목요일 자정부터 출시하는 포도주의 상품명이다.

‘보졸레 누보’는 발효과정이 다른 포도주보다 짧고 빨리 마시지 않으면 곧 변질되기 때문에 재고 처분에 골치를 앓던 보졸레 포도조합이 ‘보졸레 방금 도착, 빨리 빨리’라고 쓴 포스터를 카페 창문에 붙였고 이것이 새 것을 좋아하는 남성들의 심리와 맞아떨어지면서 오늘의 ‘보졸레 누보’가 탄생했다.

그래서인지 보졸레 누보가 프랑스에서는 ‘족보 있는 와인’축에 끼지도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하찮은’ 보졸레 누보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난리 법석’이라고 할 만큼 인기를 끄는 것일까.

비행기 로 공수되면서 ‘귀하신 몸’ 취급을 받아서일까, 아니면 프랑스의 치밀한 판매 상술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놀아나고 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일본에서 히트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당연히 뜬다는 불유쾌한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일까.

전세계 위스키 시장이 위축됐던 지난해 한국의 위스키 수입량이 급증하자 미국의 한 시사주간지는 ‘한국은 세계 주류업계의 희망’이라고 비아냥댔다.

올 여름 무더운 날씨로 포도주의 품질이 어느 때보다도 좋아지자 보졸레 지방의 포도주 생산업자들은 한국을 지켜보면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 것’으로 남들을 안달나게 하지도 못하는 처지에 ‘남의 것’을 두고 우리가‘난리 법석’을 떨고 그래서 세계의 놀림감이 되면 곤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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