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교수가 쓴 제주·제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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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란 책이 있다. 10년 전 한국에서 26년 동안 살아온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씨의 한국 체험기다. 그는 언론인과 중의원 보좌관을 지냈으며 기업체 고문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일본의 쓰레기 소각로 관련 기술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일에 적극 관여했다. 그는 진짜 죽을 각오를 했는지 이 책을 통해 거침 없이 한국, 한국인을 비판했다. ‘경제는 1만 달러, 의식은 1백 달러’ ‘내 앞에 가는 꼴 절대 못 봐’ ‘입으로만 찾는 의리’ ‘망나니로 키우는 가정교육’ ‘선천성 질서의식 결핍증’ ‘전과자가 떵떵 거리는 나라’ ‘IMF-마침내 올 것이 왔다’라는 등의 소재로 한국사회를 질책했다. 하지만 그는 이 책을 썼다는 이유로 아무런 불상사를 당하지 않았다. 책은 오히려 40쇄 가까이 인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같은 지적이라도 타인의 입을 통해 들어보면 참신한 느낌을 들 수 있기 때문일까.

제주사회는 외부에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필자는 정기적으로 ‘제주시론’에 실리고 있는 한 대학교수의 칼럼을 통해 외부에 비친 제주인, 제주사회의 모습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는 제주사회가 너무 인간관계에 안주하고 있다며 “식당이 맛으로 승부해야지 인간관계로 승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괸당문화’에 대해 경계를 했다. 이렇다보면 제주사회는 술 마시고 주정을 해도 ‘이해만 구하면 되는 사회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자신의 골목만을 지키며 대장노릇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보다는 지역업체를 먹여살리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고 했다. 지역업체에 인심을 쓰고 나면 대형개발사업은 장사가 되지 않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릴 수 있다며 ‘그릇된 제주사랑’을 나무랬다.

언론과 시민단체에도 일침을 했다. 이들이 유독 ‘무시(無視)’와 ‘홀대(忽待)’란 단어를 많이 쓰고 있다며 “무시를 당하고 있다고 쓰면 더욱 무시를 당하는 것인데 왜 자꾸만 이런 표현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필자는 해당 칼럼을 읽고 난 후부터 ‘무시’를 ‘무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언론이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그냥 “중앙정부가 홀대하는 것이다”고 하면서 도민의 정서를 자극하고 열등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묻지마식 편 가르기’ ‘설득하기보다는 떼쓰기’ ‘반대의 목소리만 나오고 찬성의 목소리는 숨는 사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1999년 대정의 우주기지 개발 사례 취소와 관련해서는 “주민들이 우주선 발사 당일 농업과 어업을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된다며, 도정은 발사 당일 관광수입의 증가 및 이에 따르는 세수의 증가를 감안해 적절히 보상을 할 계획을 제시했더라면 그런 일이 발생하였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고 했다.

자신의 제자들도 꾸짖었다. 항공우주연구소가 표선면 지역에 제주추적소 건설 당시 ‘제주 출신 우대’라는 조건으로 채용공고를 했지만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던 것을 사례로 들면서, 지방대학 출신의 서러움, 간판주의 사회, 제주의 일자리 부족은 상투적인 변명거리에 불과하다고 했다.

관심이 있으면 등잔 밑도 보인다. 지연,혈연,학연으로 촘촘히 얽혀진 제주사회에 대한 그의 일갈은 제주사회에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사회에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이가 많지 않다. 그의 칼럼은 쓰지만 보약같다. 쓴약을 어떻게 소화하느냐는 제주사회의 몫이다. 그는 제주대 에너지공학과 정범진 교수다. 제주생활 8년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필자와는 일면식도 없다.<고동수 편집부국장대우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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