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病, 酒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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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山東)의 장산에 사는 유(劉)씨는 뚱뚱한 몸집의 거한으로 한 동이 술을 입 한 번 떼지 않고 바닥을 내는 주호(酒豪)였다.
어느 날 한 스님이 그런 유씨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몸 속에 괴상한 벌레(蟲)가 들어앉아 있다. 그 때문에 당신은 술을 많이 마시는 ‘술병’이 들었다.”
깜짝 놀란 유씨에게 스님은 그 벌레를 주충(酒蟲)이라고 일러주는 것이었다.
청(淸)나라 때 문헌 ‘요재지이(요齋志異)’에 나오는 ‘술벌레’이야기다.

▲유씨가 스님에게 술병을 고칠 방법을 물었다.
“어떤 약을 먹으면 되겠습니까?” 스님은 약 같은 것은 필요 없다며 유씨를 침상에 꼼짝 못하게 눕혀 묶어 놓고는 향내 짙은 술독을 머리 맡에 놓았다.

술냄새가 유씨의 코를 찔렀다. 유씨는 미칠 지경이었다. 며칠을 몸부림치고 있는데 무엇인가 목구멍 속을 기어올라 오더니 구역질이 나서 확 토해내자 머리맡 술항아리 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이제 술병이 나았습니다.”
스님이 포박을 풀어주자 유씨는 술항아리 속을 들여다보니 길이 세치 가량의 빨간 벌레가 항아리 속에 금붕어처럼 헤엄치고 있었다. 그 고기덩이처럼 생긴 주충에는 눈이 없었으나 코와 큰 입이 달려 있었다.

▲유씨가 스님에게 큰절 하고 “수고비는 얼마나 드리면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스님은 “돈은 필요 없습니다. 이 벌레만 가져가면 됩니다”라며 끝끝내 사양했다.

“이런 징그러운 것을 무엇에 쓰시려 하느냐”고 묻자 스님은 “이것은 술의 정(精)이라 합니다. 이놈을 맹물 항아리에 놓으면 물이 술이 된다”고 했다.

유씨가 평생 먹은 술만큼 맹물이 술이 된다는 것이었다. 술벌레 이야기는 계속된다.
유씨는 술이라면 진절머리를 냈는데 뚱뚱했던 몸도 메말라갔다. 동시에 가세도 기울어 생활이 곤궁해져 술 먹을 돈도 없게 됐다.

▲어제 제주일보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민들이 ‘술병’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한다.
도민들의 음주 관련 병원 진료건수 증가율이 전국에서 두 번째라는 것인데, 최근 4년간 ‘술병’으로 인한 병원 진료가 2.19배 증가했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술을 먹는 것은 그렇다치고, 문제는 그 술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이 많다니 ‘술벌레’이야기가 생각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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