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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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났다’.
신분이나 주변 환경 여건이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큰 일을 해냈을 때 흔히들 하는 말이다.

뼈저리게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학력도 변변치 않은 가운데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검사가 되면 고향 마을은 잔치판이 벌어지고 개천에서 용났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별볼일 없이 3류 인생을 살던 스포츠 선수나 가수지망생이 하루 아침에 유명스타가 되면 역시 개천에서 용난 거다.
개천을 한자어로 ‘開川’이라고 쓴다.

개골창 물이 흘러가도록 인위적으로 도랑을 판 내를 뜻하거나 작은 물줄기가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내를 가리키는 것으로 말 그대로 하잘 것 없음을 뜻한다.

그 하잘 곳 없는 데서 용이 나왔으니 대단한 것이다.
현재 한창 복구가 진행 중인 서울의 청계천도 원래 이름이 개천이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태종 때 하천을 정비하기 위해 임시기구로 ‘개천도감’을 만들어 하천을 정비했는데 청계천을 정비한 뒤 ‘개천’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러던 것이 일제시대 때 조선총독부가 전국의 하천을 일제히 조사하고 하천 이름을 정리했는데 그때 청계천이란 이름이 생겼고 지금까지 쓰고 있다 한다.

개천에서 용났다를 영어로 표현한다면 ‘A dragon rises from the ditch(도랑)’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용이란 동물이 동양에서는 길(吉)한 동물로 여겨지지만 서양에서는 사나운 괴물이나 악마로 인식되고 있어 이러한 영어표현은 서양인들의 경우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서양식 표현으로 따진다면 누더기(rags)를 걸치고 지내다가 하루 아침에 왕자비가 된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유래된 ‘rags to richs story’와 유사하다 할 수 있겠다.

헌데 요즘와서는 ‘개천에서 용났다’라는 말이 적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는 듯 하다.
풍부한 경제적 지원이나 좋은 환경여건 없이 맨몸으로 하나의 성공을 이뤄내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워진 게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부(富)가 몰려 있는 서울의 강남권의 자녀들이 서울대에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서울의 강남권에는 오피스텔들이 ‘과외텔’로 바뀌어 1인당 수백, 수천 만원의 족집게 고액과외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나라 대다수의 셀러리맨들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액수다.
‘개천에서 용났다’란 말이 사라질 날도 멀지 않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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