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투리를 문화로서 보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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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건축을 전공하는 다른 지방의 대학교수들이 성읍을 방문해 제주민가를 보고 매우 흥미로워한다. 육지의 민가형식과는 사뭇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성읍민속마을의 민가들 거의 전부가 원래의 모습에서 변형돼 있음을 아는 필자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내용에 대해 수차례 지적해도, 그 교수들은 여전히 성읍의 민가들에 마음을 빼앗긴 듯했다.

이렇듯 전공자들도 제주전통문화의 독특한 매력에 마음이 흐트러지게 된다. 하물며 그들에게 마치 외국어나 다름없는 제주의 사투리에 대해서는 어떨까.

▲매력적인 제주전통문화
위의 교수들과 식사할 때 ‘베지근하다’는 말을 꺼내면서 제주사투리에 대한 화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베지근하다’는 말을 설명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뉘앙스까지 정확하게 전달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교수들은 대단히 재미있어하고 관심을 가져, 제주사투리는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듯 문화재적 가치마저 있다는 제주사투리에 대한 현실은 어떨까. 우리의 아이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용하는 일 자체를 창피하게 여기는 경향마저 있다. 기성세대들도 일상적인 말 이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좀더 지속된다면 아마도 박물관에서 특집으로나 들어볼 수 있게 될지 모를 노릇이다.

일본 오사카에 대학교수로 있는 동창이 있는데, 이 친구는 기회가 될 적마다 제주사투리를 보호해야 한다며 걱정이다. 그의 걱정은 제주사투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 자기가 사는 오사카에는 제주사투리가 아직 살아있으니 더 늦기 전에 수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열도에 살고 있는 오키나와인이나 홋카이도의 아이누족이 그들의 고유언어를 지키려는 노력, 특히 젊은 층에서의 노력이 더욱 본받을 만하다. 인터넷 등의 정보매체가 흘러넘치면서 지역의 고유한 것들이 표준화라는 미명 아래 축소 혹은 소멸되거나 하기 마련인 게 요즘이다. 하지만 사실은 이런 상황일수록 자기의 것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욱 가치를 갖는다.

이를 위해, 우선은 학교에서의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는 실질적인 효과 면에서도 그렇지만, 상징적이며 유의적인 면에서 가치가 크다 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한 전문가들의 교육프로그램 개발 또한 병행되어야 하겠다.

다소 거친 부분은 있겠으나 매스컴에서 사투리에 대한 적극적인 사용 및 홍보가 필요하다. 특히 방송매체의 위력은 대단할 것이다. 제주사투리로만 진행되는 정기적인 방송이 있다면 도민만이 아니라 관광객들도 환영할 것이다.

관청에서도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제주사투리의 보호를 위해 1회성의 이벤트보다 근본적인 보호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예이긴 하지만, 표선면에서는 아래‘아’가 들어간 제주사투리 모음집을 제작하여 관광객들에게 배부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관광객에게는 외국어를 접하는 듯하여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문화로서의 보호대상
문화(Culture)란 자연(Nature)에 대립되는 말로, 교양 있고 세련된 내용을 의미한다. 또 문화란 다른 문화와의 비교에 의해 비로소 자기 문화에 대한 정체성이 명확해진다는 것이 비교문화론의 골자다.

물고기가 물의 존재를 모르다가 물 밖으로 나와 죽고 사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비로소 물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이제 제주사투리를 재인식하고 새삼 교양 있고 세련된 내용으로 발전시켜야 할 문화로서 보호할 시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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