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일-송두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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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일씨는 6.25한국전쟁 때 목숨 걸고 싸우다 북한군에 붙잡힌 국군 포로다.
송두율씨는 김철수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남한 출신 친북(親北) 재독(在獨) 학자로서 북한 노동당원이며,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당 중앙위원이다. 그리고 김일성을 존경한다는 사람이다.

전용일씨는 부인 최은희씨와 함께 지난 6월 포로 생활 반세기의 북한을 결사(決死)적으로 탈출, 한국으로 건너오려다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돼 북한 접경 투먼(圖門) 수용소에 억류돼 있다. 이제 강제 북송이냐, 바라던 귀향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몸이다.

송두율씨는 지난 9월 한국의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초청으로 당당하게 입국했으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안전기획부와 서울지검 공안1부의 조사를 받은 후 구속기소됐다. 그래서 지금은 옥에 갇힌 몸이다.

만약 대학수학능력 시험에 ‘전용일씨와 송두율씨 중 꼭 한 사람만을 구출해야 한다면 누구여야 하느냐’는 문제가 나왔다고 하자. 과연 응시자들은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아니 이 물음을 국민들에게 던진다면 선택받을 사람은 전용일씨일까. 송두율씨일까. 아마도 그동안의 분위기로는 전씨를 버리고 송씨를 택할 듯하다.

송씨 입국 전후를 통해 한국의 상당수 학자.종교인.언론인.사회단체 등은 대단했다. 그의 강연 계획을 세우는가 하면 친북활동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경계인’으로서, ‘내재적 접근법’이었을 뿐이라고 옹호했다. 당연히 그는 무죄이며 불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정희 유신정권 때의 민주화 투쟁을 들어 영웅시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정부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도 송두율씨에게 적대적이 아니었으며, 관계 장관까지도 “남.북간에 고위급들이 오가는 데 송두율씨를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김일성 남침(南侵) 당시 온 몸으로 싸웠던 국군 포로 전용일 노병(老兵)에게는 조국도 동포도 너무나 쌀쌀하다. 송두율씨를 감싸주었던 그러한 마음의 반에 반도 없다. 학자도 많고, 종교인도 많고, 사회단체도 허다한데 중국 정부를 향해 국군포로를 돌려 보내라는 목소리나 성명은 들리지 않는다. 그 흔한 시위도 없다. 하기야 정부까지도 전용일씨 신원 파악을 놓고 갈팡질팡 했다니 역시 외로운 것은 노병뿐이다.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국민이 어느새 이렇게 변하고 말았는가. 김일성을 존경하고, 그의 장례위원이 되고, 북한을 출입하고, 자금을 받아 온 송두율씨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관대한 사람들이 정작 조국을 누란의 위기에서 구해낸 한 국군포로에 대해서는 이렇게 냉담할 수가 있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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