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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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賞) 중에는 기상천외(奇想天外)의 상도 있다. 영국의 ‘영어 바로쓰기 캠페인’ 단체가 마련한 ‘횡설수설상(賞)’도 그 중의 하나다.

이 단체가 ‘횡설수설상’을 창설하게 된 이유는 영어를 애매모호하게 구사하거나 문법에 맞지 않게 비문(碑文)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영어권 국가의 정치인이나 관료 중에서 그러한 사람을 해마다 골라 이 상을 준다는 것이다.

올해의 ‘횡설수설상’은 영예(?)롭게도 미국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돌아갔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전하고 있다.

그의 수상작(?)을 보면 과연 ‘횡설수설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도들이 늘 내 흥미를 끈다. 왜냐하면 알다시피 세상에는 알려진 것이 알려지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일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알쏭달쏭하다.

상을 받은 이 발언은 럼즈펠드 장관이 지난해 2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브리핑 때 기자들의 추측 보도를 비판하면서 나온 것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난해(難解)하기 짝이 없다.

우리네 민담에도 ‘횡설수설상’ 후보감이 없지 않았다. “우리가 없으면 우리가 우리고, 우리가 있으면 우리가 우리 아니다.” 럼즈펠드 장관의 수상작과 견주어 결코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 민담은 그 배경을 알게 되면 의문이 풀린다. 이 점이 럼즈펠드의 그것과는 다르다.

한여름 초저녁 마당 평상(平床)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 부부를 얄궂은 친구들이 들어다 들판에 두었다. 한밤에 한기를 느낀 부부가 잠을 깼는데 너무나 황당했다. 도대체 자신들이 꿈속을 헤매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귀신이나 영혼이 되어 있는 것인지 종잡지 못했다.

결국 부부는 집으로 가서 확인하자며 내뱉은 말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그들은 마당에 평상과 함께 자기들이 분명히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휴. 우리가 우리다”라며 기뻐했다던가?

우리당도 ‘횡설수설상’에 오를만 하지 않을까. 정당으로서 ‘우리당’ 말고, 우리당으로서 우리당 말이다. 만약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우리당이라고 말하면 ‘우리당’일까, 우리당일까. 또한 한나라당이나 자민련 의원이 우리당이라 할 때는 우리당 중 어느 우리당인가. 잘못하다가는 너도 우리당, 나도 우리당, 모두가 우리당으로 ‘횡설수설상’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당’은, “우리가 없으면 우리가 우리지만, 우리가 있으면 우리가 우리 아니다”라는 민담의 깊은 철리(哲理)를 깨달아 ‘우리’를 국민 것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당명을 고쳐 혼란을 없애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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