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슬픈 뉴스로 ‘공직 비리’를 선택했다
기축년 슬픈 뉴스로 ‘공직 비리’를 선택했다
  • 고경업 기자
  • 승인 200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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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도 마지막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격동의 시기를 보냈던 만큼 올 한 해는 도민들 뇌리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을 돌이켜보면 제주사회 안팎이 꼬일 대로 꼬였고, 도민들은 답답하고 우울하고 고통스러웠다. 제주에 사는 도민들의 삶은 금년에도 참 고단했던 것 같다.

매년 연말이면 지나간 한 해를 회고하며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언론을 비롯 각종 기관과 단체들은 10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하며 한 해를 정리한다.

본지도 파란만장했던 2009년을 되돌아보고자 제주사회에 감동과 기쁨, 고통과 절망을 안겨줬던 ‘10대 뉴스’를 선정해 지난 19일 보도했다.

본지의 10대 뉴스를 보면서 역시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나 우울한 일이 많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이를 복기해 보면 기쁜 뉴스로는 관광객 600만명 시대 개막, ‘제주의 아들’ 양용은 선수의 아시아인 최초 미(美) PGA 메이저대회 제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와 세계자연보전총회 유치 등이 아닌가 싶다.

반면 슬픈 뉴스로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진 사상 초유의 도지사 주민소환투표와 신종플루 공포,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잇따라 터진 공직자 비리, 으뜸상호저축은행 파산, 제주대 총장 임용 거부 사태와 재선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올 한 해 제주사회를 관통하는 주요 이슈를 뽑으라면 사회부에 몸담고 있는 기자의 입장에서 볼 때 지난해에 이어 불거져 나온 공직자 비리를 선택하고자 한다. 공직 비리는 끝난 게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1년 전 재난기금 횡령, 무형문화재 보조금 비리,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금품수수, 상하수도 공무원 뇌물수수 등으로 행정부지사가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며 도민들에게 사죄까지 했건만 올해도 도민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공직사회는 각종 비리를 증폭시켜 오히려 도민들의 가슴을 시커멓게 멍들게 했다.

지난 4월 태풍나리 재난기금을 빼돌린 공무원 11명이 추가로 검거되면서 피해액이 1억 7000만원에 육박해 도민들의 울분을 자극하더니 8월에는 건설업체로부터 3800만원의 뇌물을 받고 공사특혜를 준 공무원과 인공어초사업 공사과정 등에서 1000만원을 받은 공무원이 사법처리돼 부아를 치밀게 했다.

10월에는 법인카드로 현금할인을 받아 6000만원을 챙긴 대학 회계담당 공무원과 관서운영경비 2500만원을 빼먹은 대학 계약직 공무원이 불구속 입건되고 5000만원의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한 소방공무원과 해양공무원이 붙잡혀 시름의 골을 깊게 했다.

11월에는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지급되는 생계비 5000여 만원을 중간에서 가로챈 사회복지공무원 2명이 발각돼 통탄케 했으며, 이 달에는 도청 국장이 36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주식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공직비리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자 제주도지사는 지난 11일 도민에게 공개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지난 28일 에너지 시설업체들이 농가와 짜고 부정한 방법으로 12억원의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타내는 과정에서 현장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 등으로 공무원이 적발돼 유착 여부 등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자 세밑 도민들의 마음은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이제 이틀만 지나면 지었다가 다시 떠오르는 해를 맞는다. 도민들의 분노를 달랠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를 바로 잡느냐, 안 잡느냐는 의지만 남아 있을 뿐이다. 경인년(庚寅年) 새해에는 도민 누구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경업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