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를 마음에 품고 현무암을 관조한다?
백호를 마음에 품고 현무암을 관조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풍력 발전소의 팔랑개비가 유혹하는 겨울 바다의 운치가 그리운 때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시야 각에 따라 펼쳐지는 각양각색의 색채가 유난히 짙은 시간이다. 해조류 떼가 저희끼리 손끝을 간지르며 장난하느라 여념이 없다. 현무암 구멍을 조롱하는 하얀 포말이 정겹다. 현무암이 윤기나는 흑수정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주인공의 잔잔한 미소와 함께 여유롭게 연속극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광풍이 몰아치듯 상공을 갈매기가 곡예비행하는 순간에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한 순간에 물 먹은 현무암, 얕은 파도, 노련한 갈매기, 그리고 멍청한 한 인간이 하나가 된다.

적막과 활력의 조화를 상징하는 겨울 바다를 조망하는 이 순간은 지난 소띠 해를 반추.반성하고, 백호 해를 멋지게 장식하기 위한 계획과 희망을 디지인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돌나물’을 음미.교감하면서 경인년에는 공생공영의 꽃이 만발하고, 지역사회에 사랑의 향기가 그윽했으면 한다. (.....)바위틈에서 의젓하게 돋아나는 모습이/ 강하고 끈질긴 그대의 정신처럼 느껴집니다/ ..... / 세상풍파에 간단히 멍들지 않기 위하여/ 바위틈에 사알짝 몸을 숨긴 듯합니다/ 그 틈에서 올망졸망 뿌리 내리며/ 밀착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보니/ 마치 그대 사랑의 언어가/ 나를 향하여 별처럼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 식물과 바위틈 간에 공생관계가 아름답다. 물이 없으면 정겨운 현무암도 죽는다. 자연 속의 모든 것들이 나름대로의 가치와 생명을 가지고 함께 살고 있다.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되어 가장 멀리 바라보는 것이 ‘갈매기의 꿈’인가! 시공을 초월한 세계를 맛보면서 일상적인 삶과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굴의 정신과 노력이 필요함을 갈매기들은 온 몸으로 보여준다. 격정의 한 순간이 지나면, 현무암과 파도와 갈매기들은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주인공이 되어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연주할 것이다. 과거.현재.미래를 하나로 품게 되면 진정한 배려와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고, 청정한 본성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파도와 갈매기가 조롱을 해도 그 자체로서 본성을 드러내는 현무암의 외관은 비슷해 보이지만, 화학성분 분석결과에 의하면 현무암은 변화무쌍한 암석이다. 즉, 생성환경에 따라 이들의 광물 구성은 상이하다. 대체로 현무암은 무게를 기준으로 이산화규소(SiO2) 45 ~ 55%, 티타늄 산화물(TiO2) 0.5 ~ 2.0%, 철 산화물 5~15%, 알루미늄 산화물 14% 이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무암에 많이 내포되어 있는 이산화규소는 전자제품이나 약을 건조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실리카 겔이다. 고순도의 규소는 전자산업에 중요한 재료이다.

현무암, 송이, 그리고 숯 등은 공통적으로 구멍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지니고 있는 크고 작은 구멍들 때문에 흡착력과 탈취력에서 보물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이들은 여과 및 정화작용, 악취제거 등의 효용성이 막강하다. 송이는 기능성 천연염료로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제주의 현무암과 송이는 미래 천연자원의 보고이다. 제주도가 세계지질공원으로서 가치가 탁월하며, 이의 중심에는 현무암이 숨쉬고 있다.

위엄과 용맹의 표본으로 신성한 자리를 지켜온 호랑이가 우리 민족과 각별한 관계를 과시하면서 희망의 빛을 높이 들고 있다. 백호띠 해에는 웅비하는 갈매기의 꿈과 함께 생활과학이 포효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