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과 뇌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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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의리와 인정을 중요시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사회에서 의리가 없다거나 몰인정하다는 평판이 나면 무슨 일을 나서서 도모하기가 어렵다.

이런 사회인지라 의리와 인정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선물’이 유별나게 발달하고 있다.
백일.회갑.장례 같은 통과의례를 겪을 때 선물을 하고, 설.추석.어버이날.어린이날.크리스마스 같은 날에는 꼭 선물을 돌리고 가까운 친척.친지들이 몸져 눕거나 이사를 하거나 하는 일상의 변화가 있을 때도 선물을 한다.
이런 일을 ‘사람 사는 기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어느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명분이 있는 날이 무려 8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이 조사에는 발렌타인데이니 화이트데이니 하는 특정 유형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가계지출에서 선물비용(부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져서 가계의 출혈이 심각해지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선물이란 것은 만지면 만질수록 커지기만 하고 작아지는 것이 아니
어서 문제다. 서양 사람들은 꽃 몇 송이나 카드를 보내는 것으로 충분한 날이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꽃은 꽃이고 카드는 카드일 뿐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선물왕국이라서 그러한지 우리 사회에는 ‘선물과 뇌물’의 한계도 불분명하다.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뇌물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중앙부처의 관리는 자녀 결혼식에 선물 부조금으로 수억원씩 받아먹어 화제가 되었다.
우리 사회의 큰 병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권이나 특혜를 바라는 사람일수록 그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갖다 바칠 명분을 찾다보니 이런저런 당선.승진 축하금에서부터 전별금에 이르기까지 선물 명목이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이런 것들이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 사는 기본’의 일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이다.

▲선물은 아름다운 것이다. 선물과 뇌물의 사이는 분명하다. 그런데 그 선물과 뇌물의 완충지대에서 순수하고 아름답던 우리의 의리와 인정의 선물습속이 침몰해버리고 부정부패가 대신 자리하고 있다.

요즘 정국의 핵폭탄이 되고 있는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등은 바로 선물과 뇌물 사이에서 나타난 분명한 부정부패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징징대면’ 몇 억원씩 갖다주는 의리와 인정의 사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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