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마음, 녹여줄 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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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얘깃거리가 된다.
‘도내 처음으로’, ‘사상 첫…’하면 뉴스가 된다. 이 탓에 ‘처음’을 찾는 일이 많다.
제주시가 최근 불우이웃 돕기와 관련된 자료를 내면서 ‘처음’을 강조한 사례가 있었다.

연말연시를 맞아 제주시내 불우이웃에게 두 번에 걸쳐 작은 선물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이다.
내용인즉 연말연시 불우이웃 돕기는 대부분 설날 한 차례 이뤄지지만 올해는 해를 넘기기 전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생색이었다.

제주시가 ‘처음으로’ 연말과 내년 설날에 선물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의 정성이 예년에 비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의류 4000여 벌을 기증한 익명의 독지가 덕분에 사랑의 바자회를 열 수 있었고, 그 결과 7000여 만원 수익금이라는 기대하지 않았던 자금이 생겼을 뿐이다.

사랑 나누기 운동에 대한 시민 참여가 늘어난 결과가 아니었던 것이다.
시민 참여율은 최근 경제난으로 오히려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위축에 따른 줄어든 씀씀이가 모금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유 돈이 생겼으나 정작 불우이웃에 할애되는 지원금은 쥐꼬리다.
제주시가 연말에 지원할 액수는 가구당 1만원 농산물 상품권이 전부다. 4인 가족으로 치면 1인당 2500원꼴.

제주시내 어려운 이웃이 6000여 가구에 달해 여유 돈 7000여 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작은 정성을 표현하는 데도 벅차다.
제주시는 이후 모금활동 등을 통해 내년 설에도 가구당 1만5000원 상당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설 때는 가구당 1만7000원꼴로 지원이 이뤄졌다고 했다.
가구별로 2만원에도 못 미치는 지원액이 어떻게 결정됐는가를 보면 더욱 암담해진다.

각급 기관.단체가 불우이웃에 보낸 라면, 쌀, 음료, 내의, 양말 등을 모두 끌어 모아 금전으로 환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원 규모는 각 동사무소 등에서 집계된 것이어서 이에 잡히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지만 ‘생색문화’가 뿌리 깊은 현실을 감안할 때 남모를 선행은 그리 많지 않을 듯 싶다.

따라서 연말연시를 맞아 사랑을 나누자는 사회 각계의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그 결과물은 약소한 편이다.
전국과 비교하면 어떨까.

제주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민 1인당 평균 기부액은 2230원이다. 그러나 제주지역은 1인당 1370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목돈을 내놓는 대기업 등 제조업체가 거의 없는 것도 1인당 기부액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전반적인 제주의 기부문화가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

콩 한 쪽도 나눈다는 제주의 요즘 세태가 이렇다. 부끄러운 일이다.
수은주가 뚝 떨어졌다.
어려운 이웃은 몸도, 마음도 얼어붙고 있다.

연말연시 일회성 행사일지언정 이들의 마음을 녹여줄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절실할 때지만 반갑지 않은 소식만 들린다.
한 예로 제주시는 지난 8일부터 시내 60여 곳에 이르는 붕어빵 노점상을 집중단속하고 있다. 5일 동안 연인원 400여 명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노점상을 ‘법대로’ 처리해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노점상 문제로 뜨겁게 데인 적이 있는 당국의 입장에 일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활의지를 다지는 붕어빵 장수에게 정감이 가고, 붕어빵을 사서 어려운 이웃과 나눠 먹는 것만으로 꽁꽁 언 우리 모두의 마음을 녹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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