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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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미년(癸未年) 올 한 해도 이제 스무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양(羊)은 심성이 착하고 어질지만 약한 동물이다. 흔히 양을 의탁할 곳이 없는 사람, 즉 의지가지 없는 사람과 비교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성서에서 양은 신자(信者)를 비유하고, 신자를 길 잃은 양으로 간주한다. 종교에서처럼 사회도 의지할 곳 없는 수많은 길 잃은 사람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 아늑한 삶까지는 아닐지라도 마음에 평정(平靜)을 심어주는 한 해였을까. 세밑이 다가오면서 느끼는 궁금증이다.

올해 역시 정치권의 풍랑은 거셌고, 삶의 격랑도 드높았다. 연초 새 정부 출범으로 좀더 달라진 세상을 기대했지만 온통 정치자금 비리 정국으로 소용돌이쳤다.

정치는 뭐니뭐니해도 민생안정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서민생활 안정없이 나라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할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 수출이 잘돼 외환보유액은 늘었다 하나 민생정치 외면으로 서민경제는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는 느낌이다.

세밑을 맞으면서 더 더욱 한 잔의 술과 따뜻한 사랑이 그리워지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원래 송년에는 온갖 감회에 젖어들기 마련이다. 보람된 한 해를 보낸 사람이든 궂은 일이 많았던 사람이든,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나 못 마시는 사람이나 한두 잔의 술은 보약의 구실을 한다.

개인사는 물론 정치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에게도 한두 잔의 술은 청량제의 역할을 할 것이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와 형제와 직장 동료들끼리 마시는 송년주 역시 제맛일 것이다.

인생의 최고의 가치를 만취(滿醉)에서 찾으려고 했던 시인 바이런과 이태백을 닮아선 안되겠지만, 예이츠의 술 정도는 삶과 사랑과 낭만을 위해, 그리고 이런저런 괴로움과 시련을 잊기 위해 마셔도 괜찮을 성 싶다.

“술은 입으로 오고/사랑은 눈으로 오나니/그것이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진리로 알 전부이다/나는 입에다 잔을 들고/그대 바라보고 한숨 짓노라”고 노래한 예이츠의 술과 깊은 사랑의 묘미를 음미하며 마시는 술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며칠 후면 본격적인 송년 모임이 시작된다. 아무리 세상사가 혼탁하더라도 내일은 또 다른 해가 떠오른다. 만취하지 않는 한두 잔의 송년술로 새로운 희망을 갖고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직장의 동료를 더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는 송년모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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