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부자로 덕을 쌓으며 오래 산다고 해도 가문의 명예를 잇고 번성시킬 자손 많음만 못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자손이 많아야 다복(多福)한 집안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현세(現世)뿐 아니라 사후(死後), 즉 내세(來世)를 중시하고 그 중심이 자손이었다는 사실 또한 색다른 점이다.
지난날 많은 부모들은 직접 자신이 묻힐 산터를 보아두곤 했다.
좋은 터에 묘(墓)를 써야 자손들에게 행운이 따라줘 발복(發福)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식을 많이 둔 것을 다복으로 여겼던 것은 서양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경제력이 문제였을 뿐이다. 그러나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보통 2~3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 많았다.
우리 조상들은 원래 사람은 자기 밥그릇을 갖고 태어난다고 믿었다.
때론 끼니 걱정을 하면서도 자식 많이 낳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력 향상이 곧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뜻밖의 세상이 됐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웬만큼 생활정도에 비례했던 출산율이 되레 생활이 좋아질수록 낮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엊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출생.사망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가임(可姙) 여성 한 명이 낳는 평균 자녀수(출산율)는 겨우 1.30명에 그쳤다.
그동안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의 1.89명보다도 훨씬 낮다.
영국 1.64명 및 최근 출산율이 크게 줄어든 일본의 1.33명만도 못하다.
반면에 미국의 출산율은 2.13명으로 여전히 높다.
출산율 저하는 장차 경제활동 인구의 격감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선진국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된 지 오래다.
향후 100년 불안한 서유럽과 달리 미국은 오히려 더 세계 최강 국가의 위상을 확고히 다질 것이라는 전망 또한 안정적인 출산율에서 비롯된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 가정의 다복 척도인 자식 수가 국가발전의 원천인 세상이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프랭클린은 ‘자식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이윤이 높다’고 했다.
가정의 행복은 물론 국가발전을 위한 출산율 장려 및 투자에 국민과 정부 모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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