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異邦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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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가 1942년 발표한 소설 ‘이방인(異邦人)’은 첫 작품이면서도 그를 일약 세계적인 유명작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인 주인공 뫼르소는 양로원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으며, 햇빛 따가운 어느 일요일 우연히 불량배의 싸움에 휘말리고 아라비아인을 권총으로 살해해 법정에 서게 된다.

그는 법정에서 아라비아인에게 권총을 쏜 이유에 대해 그저 바닷가의 여름 태양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이라며 속죄의 기도도 거부하고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이방인은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이방인’은 카뮈의 소설에서 사회적 통념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이해타산 없이 오직 자기 감정에만 충실히 몰입하는 인간의 전형으로 묘사된다.

중년의 세대에서 살다 보면 주변에 이방인들이 너무 많구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왕왕 있다.
특히나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專有物)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을 접하다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최근 발표한 ‘2003 인터넷 유행어’ 순위 발표를 보면 대충 이렇다.
1위 얼짱, 2위 딸녀, 3위 블로그, 4위 다모폐인, 5위 보보스, 6위 디디바오, 7위 외계어, 8위 조건만남, 9위 얼리어댑터, 10위 플래시몹 등이다.

중년세대의 눈과 가치관으로는 언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얼짱이라는 말은 인터넷에 올려진 얼굴사진 중 제일 이쁜 사람을 뜻한다.
인터넷에서 얼짱으로 뽑힌 한 여고생은 일약 스타가 돼 4000만원을 받고 CF 출연을 하고 연예계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한다.

딸녀는 양손에 딸기를 든 한 여성이 이상 야릇한 표정을 짓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려지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블로그는 웹(web)과 로그(log)를 합친 신조어로 게시판 성격을 띤 개인미디어를 말하고 다모폐인은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드라마 ‘다모’에 중독된 경우를, 보보스는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상류층을 의미한다.

디디바오는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를 흉내낸 가짜 명품 브랜드를 상징하고, 외계어는 사이버 공간에서 유행하는 언어 파괴적 표기현상을 뜻한다.
얼리어댑터는 신제품을 가장 먼저 구입하는 부류, 플래시몹은 이상한 집단행위 후 번개처럼 사라지는 모임을 지칭한다고 한다.

이들 유행어 마다마다에 열중하는 네티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그들을 그저 이방인이라고 보기가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다.
어쩌면 그들이 아닌 내가 이방인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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