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각산 정치인 어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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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약통을 흔드는 남자의 손이 TV 화면 가득 클로즈업되면서 멘트가 이어진다.
“(사각사각~약이 통에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이 소리가 아닙니다.”
“(다시 사각사각~약통에서 소리가 난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이번엔 통을 흔드는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국내 몇 안 되는 장수 의약품 중 하나인 진해 거담제 ‘용각산’ CF 내용이다.
용각산은 1967년 처음 출시된 이래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생약(生藥)이다. 특히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에겐 필수품으로, 목이 아픈 환자나 성대를 많이 쓰는 교사.가수들도 즐겨 복용해 왔다.

그러나 이 약의 유명세는 출시 당시부터 “이 소리가 아닙니다”라는 명 카피로 시작됐다.

▲그 후 사회인들 사이에 이 카피를 인용한 별명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소리가 나지 않게 묵묵히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에게 ‘용각산 ○○○’식으로 호평했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가 정.관계의 인물평.
5공 시절 취임 후 조용한 행보를 취하던 모 장관은 스스로를 일컬어 ‘용각산’이라 했다.

무슨 일이든 요란하지 않게 처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소리도, 저 소리도 내지 않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일을 하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용각산’ 인사들이 별명대로 제대로 일을 처리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요즈음 정치권은 어떤가. 돈 냄새 악취로 버무려진 소리들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당 대변인은 “요즘 정치권에는 4가지 소리가 있다”고 일갈한다. 첫째 청와대의 칼 가는 소리, 둘째 한나라당의 돈 쏟아지는 소리, 셋째 열린우리당의 깨지는 소리, 넷째 민주당의 빚 독촉 소리가 그것이란다.

청와대 대변인은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모금을 ‘배추잎 차떼기’에 비유한다. 배추잎은 1만원짜리 지폐이며, 차떼기는 트럭째로 현금을 실어날랐기 때문이라는 것.

열린우리당 대표는 “한나라당은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인내 한계가 넘어섰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검찰수사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노무현 캠프는 깨끗하냐”고 맞불 놓기에 혈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4당 대표와 회동에서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편파수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다. 분명 이 발언은 검찰 수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수사의 형평성과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정치권에 또 다른 정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귀를 후비고 들어도 정치인들의 ‘내 탓이오’라는 소리가 도시 들리지 않는다. 국민들은 경악과 허탈과 함께 불안해 한다.
그대들은 진정 ‘용각산 정치인’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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