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뉴스를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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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지의 자녀 결혼식 피로연에서 전에 고위 공직을 지낸 분과 자리를 같이하게 됐다. 식사를 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높은 분이 방송대담에서 근래 한국경제가 좋아졌다고 하던데 정말 좋아지고 있을까?”하고 운을 뗐더니 자리를 같이한 그 분 말씀이 “선생님, 인내력도 대단하십니다. 지금도 뉴스를 보십니까?”하는 것이었다.

무슨 뜻인가를 생각해 봤다. 뉴스를 봐야 할 가치가 없다는 말이거나 아니면 뉴스로서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뉴스를 보지 않아도 다음에 어떤 뉴스가 나올 것인가를 미리 알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하긴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뉴스를 보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0년대 초반 정치권에 수천억원의 정치자금이 드러나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옥고를 치러 국민을 실망케 한 일이 있었다. 그 후에도 고위 공직자의 부정과 비리에 관련된 기사가 끊이지 않았다.

비리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는 일단 한 푼도 받은 바가 없다고 발뺌을 하며 사실이라면 할복 자살하겠다고까지 한 경우도 있었지만 사실이 밝혀져도 할복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고위 인사의 부정과 비리 관련 뉴스가 한참 계속돼 재판을 하고나면 실제 징역을 사는 사람은 별로 없고, 실형선고를 했다 해도 그 사건이 뉴스에서 사라지면 교도소 안에 있어야 할 뉴스의 인물은 거리에서 보인다. 그러니 뉴스를 못 믿을 수밖에.

그 검은 돈의 운반 수단도 가지가지다. 처음에는 쇼핑백으로, 사과상자로, 승용차에서 트럭을 이용해 차 떼기로 수백억원을 넘기고 있으니 생각하기조차 싫다.

자식의 수천만원 카드 빚 때문에 자살하는 어머니가 있고, 생활이 어려워 애들을 아파트 창 밖으로 내던지는 어머니가 있으며, 병든 아들을 고칠 돈도 없고 살아갈 방도가 없어서 죽게 방치해야 하는 아버지가 있는데, 일생을 세고도 다 세지 못할 돈뭉치를 트럭으로 주고받으니 이런 사람들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이 호흡하며 살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뉴스를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학생은 공부를 부지런히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고,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자기의 일을 성실하게 하고 있으면 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고, 종업원은 부지런히 일하고 있으면 처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신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고, 고용을 창출해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막중한 사명이 있음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머리기사의 뉴스가 억대의 검은 돈을 주고받는 이야기이고 이제는 1억원쯤은 이야기거리가 되지 아니하고 10억원도 대수롭지 않으며 100억원을 트럭으로 주고받은 이야기가 나오니 꾸겨진 1천원권을 소중히 만지는 다수의 서민들이야 보고 싶긴들 하겠는가.

정치권에서는 이런 서민의 생각은 아랑곳없이 남의 탓만 한다.
남의 잘못이 있다하여 자기의 잘못이 지워지지 아니하며, 강도가 있다고 해서 절도가 사면되는 것도 아니다. 성경에 남의 눈의 티만 보지 말고 자기 눈의 티를 보라 했다. 우리 속담에 ‘겨 묻은 개가 ×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날 수가 없다.

남의 잘못이 크다 하여 나의 잘못이 사하여지고 있다는 착각을 말라.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이 성인 군자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정직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차제에 정치권이 정치자금에 관해서만이라도 속죄의 심정으로 모두를 밝혀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지금부터라도 국민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정치를 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뉴스를 보는 즐거움을 갖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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