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 모형과 추진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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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에 와서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을 제안한 후에 제주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특별자치도의 모형과 그 추진 방안에 대한 필자의 소견을 여기에 간단히 적기로 한다.

우선 확언(確言)하고 싶은 것은 이 문제에 관한 모든 논의는 우리나라 헌법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의지를 가진 대통령도 헌법이나 법률에 어긋나는 조치를 할 수 없고 입법권을 가진 국회도 위헌 법률을 제정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의 모형에 관한 그간의 논의과정을 보면 홍콩형과 미국 주정부(州政府)형 모델도 검토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이는 우리 헌법 규범을 고려할 때 지나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은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취함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1국 2체제의 홍콩 모형은 논의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그리고 미국 헌법은 수정조항(修正條項) 제10조에서 ‘헌법에 의하여 합중국에 위임하지 않고 각주(各州)에 금지하지 않은 권한은 각기 각주 또는 국민에 유보(留保)된다’라고 규정하여 각주에 상당한 입법.행정.사법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우리 헌법은 제117.118조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나 그 조직.운영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법령(法令)의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치법규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제주특별자치도의 모형으로 미국의 주정부형을 논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의 모형은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법을 비롯한 각종 행.재정 관련 법률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에 인정되고 있는 자치권보다 한층 확대.강화된 자치권(자치입법권.자치조직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 등)을 제주도에 부여하는 시범분권형(또는 명실상부한 자치분권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특별자치도는 대통령의 특별선언이나 특단의 조치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현행 각종 행.재정 관련 법률상의 자치권보다 확대된 자치권을 제주도에 인정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야 실현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에 관한 법률안(案)은 제주도가 주체가 되어, 그간 각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차원에서 지방분권을 위해 설치 운영해온 각종 기구나 위원회의 운영성과와 연구결과 등을 반영하여 성안(成案)한 후, 행정자치부의 협조를 얻고 법제처의 심사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회에서 의결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순탄하게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동법안(同法案)이 지방자치의 본지(本旨)에 부합되고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확대.강화시키는 내용을 담아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운영이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를 한층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동법안에 무리하거나 너무 특별한 내용을 담을 경우 입법(立法)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우리 헌법에 평등원칙이 선언되어 있고, 국회의 입법 재량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첨언하고 싶은 것은 시범분권형 제주특별자치도를 추진함에 있어서 도내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는 발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근간에 제주지역에서는 현행 시.군 대신에 행정구(行政區)를 두어 행정계층을 줄이자는 일부 견해도 있으나, 이는 주민근거리행정(住民近距離行政)을 확보하기 위한 지방자치의 본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이 단순한 행정구역인 행정구로 개편될 경우 지역주민에게 보장되었던 주민자치권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시범분권형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서 시범이 될 수 없는 발상을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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