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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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김수환 추기경이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방문을 받은 자리.
김 추기경은 “얼마 전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 노무현 대통령더러 언론에 대해 껴안으라고 했더니 대통령이 뜻밖에도 ‘껴안는 것은 강자가 할 수 있지 저는 약자입니다’라고 말해 대통령을 빤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추기경은 특히 “대통령이 비판하는 쪽 얘기에 대해 ‘이 사람은 늘 비판하는 사람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추기경은 “주로 대통령과 가깝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은 지금도 이메일로 ‘잘 하십니다’라고 의견을 내면 대통령은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확실하게 있고, 이 사람들과 함께 하면 성공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다.

추기경의 말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준엄한 ‘쓴 소리’였다. ‘코드 정치’의 폐해를 지적했던 것이다.

▲지난 19일 밤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집회.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노사모)’ 등이 노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아 주최한 ‘리멤버(Remember) 1219’ 행사였다.

노 대통령은 이날 집회에 참석, “특권과 기득권으로 반칙으로 이 세상을 주무르던 사람들의 돈과 조직, 그리고 막강한 언론의 힘을 물리치고 우리는 승리했으나, 그들은 승복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저를 흔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시민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며 “우리 위대한 노사모 다시 한 번 뛰어 달라”고 강조했다.

노사모에게 내년 4.15 총선에서 “도와 달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불법 사전선거운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음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혹자는 대통령의 언행을 두고, 인내할 수 없는 대통령의 가벼움 때문에 매번 화를 자초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되었는데, 그동안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포함해 모두를 포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선거 과정이야 어떻든 이제는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어야 할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장외집회 연설은 총선 승리를 위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냄새가 짙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은 ‘우리’와 ‘그들’이라는 적대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드러내고 있다.
오죽하면 “도대체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노사모 회장인지 알 수가 없다”는 개탄의 소리가 나올까. 애초부터 포용의 리더십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는 일부의 지적이 갈수록 세(勢)를 얻을 참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면서도, 어쩌면 기가 막히는 심정이다.

정녕 ‘우리’와 ‘그대’는 ‘내 편’과 ‘네 편’으로 편가르기 대상이던가.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너무 그리운 세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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