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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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 붕어빵, 어묵, 군고구마 등등.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겨울이 되면 누구나 즐겨 찾는 간식거리다.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고 기호와 취향이 달라져도 우리 주변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이러한 것들이 가끔씩은 우리들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생각나게 해주기에 그렇다.
1960년대 후반 초등학교 시절이다.

어린 시절은 제주시 관덕정 주변 ‘무근성’이란 곳에서 지냈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주로 관덕정 주변에서 총싸움도 하고 구슬치기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실컷 놀고 나서 해질 무렵이 되면 아이들은 집으로 가기보다는 관덕정 뒤편 돌담에 붙어 있는 호떡을 파는 리어카 포장마차로 몰려들었다.
거기서 호떡을 사먹은 후에야 헤어지곤 했다.

그때는 넉넉한 집안의 아이들이 없었고 다들 고만고만했기에 서로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털어서 호떡을 사면 보통 1개 정도 먹을 수 있었고 재수 좋으면 2개 먹고 그랬다.

그래서 그런지 호떡을 원없이 먹어보는 게 소원일 정도였다.
헌데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다.
여느 때처럼 우리는 노는 게 끝난 다음 호떡집으로 모여들었다.

헌데 그날따라 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가진 것이 없어서 호떡집 아저씨가 호떡을 만드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만 하는 신세가 됐다.
이를 지켜보던 아저씨가 무슨 맘이 들었는지 갑자기 외상으로 줄 테니 먹으라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너나없이 아저씨가 호떡을 만들기가 무섭게 정신없이 먹어댔다.
몇 개를 먹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원없이 먹었던 것 같다.
가끔씩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실없이 혼자 웃곤 하는데 후에 외상값을 갚았는지 40년이 다 되가는 지금에 와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요즘 호떡이나 붕어빵, 어묵 등을 만드는 장비의 인기가 상한가라고 한다.
장비를 파는 업체나 중고판매점에서도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라고 한다.
겨울철을 맞아서 수요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 주변에 어려워진 사람이 많아졌다는 걸 뜻하는 것일 게다.

올 한 해가 정말 우리들에게 어렵고 힘든 한 해였다면 다가오는 새해에는 사는 걱정을 덜하는 해가 됐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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