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위병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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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위병에게 홍위병이라고 했던 국회의원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이 지난해 5월 노사모를 향해 “문화혁명 때 홍위병 같은 방식은 안된다…사이비 종교 비슷한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 말 때문에 박 의원은 그만 노사모를 모욕했다는 혐의로 영화배우 명계남씨 등 5명에 의해 고소를 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후 1년여 뒤 명계남씨가 스스로 홍위병임을 자처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10월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어느 모임에서 “대통령을 만든 개혁 세력이 왜 숨어 있어야 하나. 노사모.국민의 힘.개혁당.개코(개혁 코드), 다 나와라…우리는 노 대통령의 홍위병이 돼야 한다.

나는 노 대통령의 홍위병이다”라고 외쳤던 것이다. 박 의원이 1년여 뒤의 일을 영락 없이 알아맞힌 셈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엊그제 서울지법 형사15단독 김재환 판사는 박 의원에 대한 명계남씨 등의 모욕 혐의 고소 사건 재판에서 ‘죄 없음’을 선고한 것이다.

판결문 중 참으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노사모 회장이던 명씨가 스스로 노 대통령의 홍위병을 자처하면서 노사모 회원들에게 노 대통령의 홍위병이 되자는 연설을 했으므로 박 의원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내용이다.

사실이 그렇다. 노사모를 홍위병이라고 했다 해서 박 의원을 고소한 명씨 자신이 “나는 홍위병이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홍위병이 되자”고 역설했으니 말이다. 결국 박 의원은 홍위병에게 홍위병이라고 말한 결과가 되었으니 무죄는 당연하다.

판결이 어떻든 간에, 자신들에게 홍위병이라고 모욕을 줬다 해서 박 의원을 고소한 영화배우 명씨가 1년여 뒤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임에서 피고소인의 말을 정당화하는 “나는 홍위병이다”라고 외쳤으니 정말 배우와 같은 연기요, 영화와 같은 스토리다.

만약 이런 것들이 연기(演技)도, 연극도, 영화 스토리도 아니라면 박 의원에 대한 고소를 삼갔어야 하며, 이왕 고소를 했다면 박 의원의 말을 정당화 하는 “나는 홍위병이다”라는 소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떻든 명씨는 영화배우답게 홍위병을 둘러싸고 기막힌 반전극을 연출한 셈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법원의 판결문에까지 홍위병을 자처한 것으로 기록이 남게 되었으니 이 또한 드라마적이다.

명씨가 영화배우로서, 또는 노 대통령의 홍위병으로서 앞으로 어떤 배역, 어떤 연기로 장면과 스토리를 대 반전시키며 다시 우리를 즐겁게 할지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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