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파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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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몰래 찍어 언론사에 파는 사람을 파파라치(paparazzi)라 칭한다. 이탈리아 말로 귀찮게 달라붙는 모기를 뜻하는 파파타치(papatacci)와 번개를 뜻하는 라초(razzo)의 합성어에서 유래된 이 말은 찰거머리처럼 지겹게 따라붙는 존재의 대명사로 통한다.

1997년 8월,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파리 센강변 터널에서 교통사고로 비운을 다한 것은 자신을 촬영하기 위해 오토바이로 뒤쫓는 파파라치들을 따돌리려다 발생했다.

이처럼 파파라치들이 유명인들을 집요하게 따라붙는 이유는 막대한 보상금 때문. 가령 마돈나, 마이클 잭슨 등 세계적인 연예스타들의 사생활을 찍은 사진들은 수억원을 호가한다. 파파라치들이 사진 한 장을 위해 보트나 헬기, 심지어는 잠수함까지 동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상금을 노린 파파라치를 변형해 국내에서는 ‘카파라치’가 첫 포문을 열었다. 2001년 3월 교통법규 위반 신고포상제가 실시되면서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신고해 돈을 버는 카파라치가 등장한 것이다. 잘만 하면 연간 억대의 수입도 가능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우리 사회에 가히 ‘카파라치 신드롬’을 몰고 왔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경찰이 ‘카파라치’ 제도를 폐지하면서 ‘일터’를 잃은 이들이 여타의 포상금을 노리고 업종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그래서 신종 ‘X파라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쓰레기 불법투기를 감시하는 ‘쓰파라치’를 비롯해 슈퍼마켓 등을 대상으로 불량식품과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찾아내는 ‘슈파라치’, 노래방에서의 음주 및 접대부 고용 여부를 찍는 ‘노파라치’가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땅파라치’(형질변경), ‘표파라치’(선거 범죄), ‘술파라치’(미성년자 술 판매), ‘자파라치’(불법 자판기) 등 그 종류가 20종을 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도내 감귤 등 특산품 재배농가들을 겨냥한 ‘식파라치’까지 설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부정.불량식품 등 신고포상금 지급대상에 질병치료 등 식품의 허위.과대광고 행위가 포함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식파라치들은 농가 인터넷 판매망 등을 샅샅이 뒤져 위반내용 찾기에 혈안이다.

이를테면 홍보 내용에 “감귤은 고혈압.감기 예방에 좋다”고 소개할 경우, 식파라치의 사냥감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이라 할지라도 감귤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이기 때문에 의약적 효능을 소개하면 관련법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여기에 휘말린 농가들이 여럿 나타나고 있다.

농가 현실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들의 판촉내용을 뒤져 포상금 벌이수단으로 활용하는 신종 감시자가 나타났다니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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